메콩강 20년만의 최저 수위… 목마른 동남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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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의 최악가뭄 하늘도 무심

中, 상류에 댐 건설 이웃은 욕심

“중국 댐이 메콩 강을 죽이고 있다.”

태국 최대 일간 방콕포스트가 최근 동남아에 50년 만의 가뭄이 닥치고 메콩 강이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위를 기록한 것은 ‘중국 탓’이라며 지난달 25일 게재한 사설 제목이다.

메콩 강은 티베트 고원에서 시작해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 성과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을 지나는 세계에서 12번째로 긴(4350km) 강. 강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조각배로 장사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6500여만 명에 달하는 주민은 최근 이 지역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에 대해 ‘하늘 탓’이 아닌 ‘중국 탓’을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전했다.

가뭄의 주범으로 의심받고 있는 것은 중국이 메콩 강 상류 윈난 성에 수력발전을 위해 세웠거나 짓고 있는 댐들. 윈난 성 지역에는 1996년부터 3개의 댐이 지어졌고 세계 최고 높이(292m)로 기록될 샤오완(小灣) 댐은 2012년 완공 예정이다. 메콩 강 주변국 주민들은 중국이 댐들에 물을 가득 가둬두고 하류로 내려 보내지 않기 때문에 가뭄이 닥쳤다고 생각한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태국이 가장 적극적이다. 아피싯 웨차치와 총리는 최근 자국 농민들의 분노를 전하며 “중국은 메콩 강의 순조로운 흐름을 도와야 한다”며 댐 관리에 대한 중국의 공식 입장을 요청했다.

중국은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윈난 성 역시 가뭄으로 15억 달러(약 1조7000억 원) 상당의 곡물 수확량이 줄었고 대형 어선들은 가뭄 탓에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 미국 주간 더네이션에 따르면 이달 초 태국을 방문한 후정웨(胡正躍)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는 아피싯 총리에게 “중국은 (동남아) 지역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게다가) 우리는 메콩 강 하류 주민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국 측 관계자는 “(중국이 연관되어 있다 해도) 메콩 강 수량의 13.5%만이 중국과 관련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가뭄 논쟁에 더욱 깊은 배경이 있다고 설명한다. 근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불신 때문이므로 중국의 투명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은 단 한 번도 댐 건설 계획을 주변국에 미리 알려 이해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 오히려 주변국들의 걱정을 무시해 왔다는 것이다. 중국은 메콩 강 유역 개발과 홍수 및 가뭄 관리를 위한 다자간 협력체인 메콩강위원회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더네이션에 따르면 수윗 쿤끼띠 태국 천연자원·환경장관은 “메콩 강은 여러 나라에 걸쳐 있어 중국만 비난할 순 없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국의 댐들에 저장된 물에 관해 충분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 바로 문제”라고 말했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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