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환경장관 ‘핵폐기장 건설’ 총대 멨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40년간 쌓인 방사능 폐기물 처리, 더는 미룰 수 없어”

독일이 15일 핵폐기장 건설을 재개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독일 환경장관은 이날 정부가 책임을 지고 지난 40년간 원자력 발전에서 쌓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뢰트겐 장관은 “지난 수년 혹은 수십 년간 정치인들이 책임을 회피했지만 나는 이런 상황을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이미 중북부의 폐소금광산 고어레벤이 30년 전 핵폐기장으로 선정됐다. 이는 거센 반핵운동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고어레벤은 독일 반핵운동의 거점이 되면서 지금 그곳에는 임시 보관시설만 설치돼 있다. 2000년 사민당(SPD)-녹색당 연정은 고어레벤 핵폐기장 건설 계획을 10년간 보류하고 그 기간에 대체 용지를 물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정치적 반발로 진전을 보지 못했다.

뢰트겐 장관은 앞으로 7년간 고어레벤 폐광이 독일 내 17개 원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100만 년 동안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지 검사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그 이후로도 핵폐기장 승인과 건설까지는 13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는 저장해야 하는 1만2500t의 핵폐기물이 있다.

독일은 핵폐기물 재처리 시설도 없어 프랑스나 영국의 재처리 시설을 이용하고 있다. 프랑스에서 재처리된 핵폐기물은 철도를 통해 프랑스에서 독일로 이송되고 있는데 고어레벤으로 향하는 수송로 주변에서는 매년 핵폐기물 운송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환경운동가 20여 명은 즉각 뢰트겐 장관의 발언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환경단체 ‘분트(BUND)’는 “환경장관이 고어레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국민의 안전보다는 원전 회사들의 이익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9월 총선 후 출범한 기민당(CDU)과 자민당(FDP)의 보수 연정은 2021년까지 17개 원전의 가동을 모두 중단한다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정부의 정책을 폐기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