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혁명 후유증에 들끓는 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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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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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싼 요소비료만 과다하게 사용
생산성 저하로 농민소득만 줄어

식량 생산량은 적고 가격은 올라 인도의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3일 전했다. 식량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특정 성분의 화학비료를 지나치게 사용한 나머지 오히려 농지의 생산성이 떨어진 것이 주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1966년 1ha(1만 m²)당 0.8t에 불과했던 인도 밀 생산량은 2000년 2.8t으로 증가했지만 이후 정체돼 2008년에도 2.8t이었다. 반면 중국은 2000년 3.8t에서 2008년에는 4.7t으로 늘었다. 쌀 생산성도 주변국들보다 낮다. 2008년 인도의 ha당 쌀 생산량은 3.4t으로 중국(6.5t)은 물론이고 인근 방글라데시(3.9t)보다도 적었다. 이렇다 보니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되는 식량 가격은 평균 19%나 올랐다. 인도 정부와 농업전문가들은 요소(尿素) 성분의 비료를 집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인도에서 화학비료를 사용하기 시작한 계기는 196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신품종의 밀과 쌀을 이용해 식량 생산을 크게 늘리는 ‘녹색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식량 부족에 허덕이던 인도는 멕시코에서 신품종 밀 종자를 대량 수입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는 화학비료가 필요했다. 비료를 싼 가격에 농민에게 공급하기 위해 정부는 비료업체에 보조금을 줬다.

비료 보조금이 늘어나 정부 재정 부담이 가중되자 1991년 당시 만모한 싱 재무장관(현 총리)은 보조금을 대폭 깎았다. 하지만 업체들의 강력한 로비와 요소비료를 많이 사용하던 농민들의 반대로 요소비료에 대한 보조금은 줄이지 않았다. 이에 농민들은 값이 싼 요소비료를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됐다. 농업전문가들은 요소를 포함한 질소 성분의 비료와 칼륨비료를 4 대 1 비율로 사용할 것을 권장해 왔는데 2008년 조사에 따르면 곡창지대인 펀자브 주에서는 24 대 1로 나타났다.

그 결과 토지의 생산성이 낮아 농민의 소득은 늘지 않는데 식량 가격은 상승하면서 인도 유권자의 70%를 차지하는 농민의 생활은 더욱 어려워져 정치·경제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결국 녹색혁명의 후유증이 인도의 미래에 큰 짐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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