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집창촌 소년의 행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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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2월 8일 2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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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KidswithCameras.com and NYSun.com
사진출처: KidswithCameras.com and NYSun.com
2003년 영미 합작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인도 콜카타 최대의 홍등가 소나가치를 찾아왔을 때만 해도 소년 아비지트는 자신의 운명이 어떻게 바뀔지 몰랐다. 아비지트 할데르, 13세. 돌아가신 엄마는 소나가치에서 일하는 1만여 매춘부 중 한 명이었다. 아비지트는 소나가치에서 할머니, 그리고 약물중독자 아빠와 같이 살았다.

다큐멘터리 감독 자나 브리스키와 로스 카우프먼은 아비지트와 그 또래의 소년소녀 7명에게 카메라를 하나씩 안겨 주고 각자 가족과 소나가치의 사진을 찍도록 했다. 두 감독은 이들이 사진 찍는 법을 알고 자기 주변을 돌아보게 되면서 이들의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추적하고자 했다. 아이들은 빠르게 적응했다. 이들의 사진은 콜카타는 물론 미국 뉴욕에서도 전시됐고, 아이들 교육을 위한 기금 마련을 위해 열린 소더비 경매에서 팔리기도 했다. 아비지트는 이들 중 발군이었다. 그의 사진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사진전에도 출품됐다. 이들의 다큐멘터리 '집창촌에 태어나서(Born into Brothels)'는 2005년 아카데미영화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았다. 그리고 아비지트의 삶도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 다큐멘터리를 찍을 때는 영화가 뭔지도 몰랐어요. 영화하면 볼리우드(인도 영화계를 일컫는 말) 밖에는 몰랐죠. 그런데 우리의 다큐멘터리가 오스카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서는 '집창촌에 태어나서'를 봤죠.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할 만한 날이었어요."

아비지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를 통해 자신의 목소리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저 바깥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도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리고 2005년 그에게 미국에서 공부할 기회가 오자 아비지트는 놓치지 않았다. 다큐멘터리 제작진이 주도해서 만든 비영리 장학재단 '카메라를 든 아이들(Kids with Cameras)'이 그의 고등학교 학비를 댔다.

2007년 미 뉴햄프셔의 고교 졸업반이던 아비지트는 뉴욕대에서 영화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 고교 시절 여름방학 영화캠프에서 배웠던 뉴욕대 리처드 리트빈 교수의 격려도 아비지트의 진로 선택에 한몫을 했다. 최대 난관이었던 학비도 '카메라를 든 아이들'과 뉴욕대의 학비 보조금 지급으로 어느 정도 해결됐다. 물론 아비지트도 방과 후 몇 개의 아르바이트를 해야만 했다. 그는 현재 뉴욕대 칸바르 영화·TV학교에서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함께 다큐멘터리에 나왔던 아이들이 모두 아비지트 같은 행운을 잡은 건 아니었다. 한 소녀는 콜카타에서 학교를 다니다 다시 소나가치로 돌아가 몸을 팔고 있다. 아비지트는 이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있다고 7일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소나가치의 아이들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건 교육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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