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경찰, 반정부 시위대에 발포 4명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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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시아파 최대 종교 기념일인 ‘아슈라(Ashura)’의 마지막 날에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서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AFP통신은 27일 테헤란의 중심부에서 반정부 시위대에 경찰이 발포해 4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고 이란의 개혁성향 웹사이트 ‘라헤사브즈’를 인용해 보도했다. 3명은 테헤란 엥겔라브(혁명)대로의 중간에 있는 칼리지 브리지 주변에서 보안군이 쏜 총에 맞아 즉사했으며, 한 명은 인근 교차로에서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에서 시위 도중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올 6월 대선 불복시위 이후 처음이다.

AP통신은 아슈라 행사에 참가한 시위대가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란 구호를 외치며 경찰 오토바이를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저항하고 나섰고, 이란 당국은 경찰과 혁명수비대를 동원해 최루탄을 발사하고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에 나섰다고 전했다.

26일에도 이란의 보안당국은 테헤란의 자마란 사원에서 열릴 예정이던 개혁 성향의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연설을 경찰을 동원해 막는 등 시내 곳곳에서 충돌했다. 자마란 사원은 이란 이슬람혁명의 아버지인 루홀라 호메이니가 자주 연설하던 곳으로 시위대는 “호메이니가 살아 있다면 우리와 함께했을 것!”이란 구호를 외쳤다.

아슈라는 7세기경 예언자 무함마드의 손자인 이맘 호세인이 이라크 바그다드 남서쪽의 카르발라에서 수니파 무슬림에 의해 무참히 살해된 것을 기리는 열흘간의 기간이다. 특히 올해는 아슈라 행사의 마지막 날이 이란 개혁파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호세인 알리 몬타제리의 죽음을 기리는 7번째 날과 겹쳐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왔다.

이란 당국은 특히 아슈라 행사 도중 이맘 호세인이 죽는 장면을 재연하는 거리극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개혁파들이 순교자 이맘 호세인에게는 개혁파 시위대의 상징인 초록색 옷을 입히고, 호세인을 죽인 포악한 칼리프 야지드를 최고 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비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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