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건보개혁 상원통과 주도한 ‘3인의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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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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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결사 리드’ 1명 마음 바꾸려 13시간 협상
‘노익장 버드’ 92세 아픈 몸 이끌고 1표 행사
‘투사 오바마’ 공화-보험사 거센 반격 물리쳐

《24일 건강보험 개혁법안이 미국 상원을 통과하게 된 것은 백악관과 민주당 지도부가 똘똘 뭉쳐 혼연일체가 됐기 때문이다. 자신의 최우선 정책과제로 내걸고 전력투구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령탑 역할을 했고, 의회에선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가 타협과 절충을 통해 해결사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다 92세의 최고령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은 와병 중인데도 투표 때마다 참석해 당내 표를 결집하는 데 앞장섰다.》

해리 리드 민주당 원내대표는 건강보험 개혁법안 상원 통과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표결에 앞서 공화당의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를 막기 위해선 민주당 58석 전원에다 무소속 2석을 확보해야 토론 종결을 결정할 수 있는 60석 확보가 가능한 상황에서 단 1명의 이탈 표도 없이 당내 결속을 이끌어냈다.

또 조 리버먼 의원(코네티컷) 등 무소속 의원 2명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강력한 낙태 반대론자인 민주당의 벤 넬슨 의원(네브래스카)을 13시간의 마라톤 협상 끝에 찬성으로 돌려놓았다. 민주당 메리 랜드루 의원(루이지애나)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루이지애나 주 저소득층에 대한 1억 달러 의료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리드 대표는 중도성향의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는 퍼블릭옵션(공공보험)을 상원 법안에서 제외하는 수정법안을 내 법안 통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협상 고비마다 합의를 이끌어내 미 언론은 그를 ‘협상 해결사(deal maker)’라고 부르고 있다.

92세 최고령 의원인 민주당 로버트 버드 상원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와병 중인데도 이른 아침과 심야에 이뤄진 투표에 빠짐없이 출석해 당의 결집을 이끌어냈다. 그는 24일 오전 7시에도 어김없이 의사당에 나타나 호명투표(roll call)에서 “내 친구 테드 케네디를 위한 투표”라며 “찬성(Aye)”을 외쳤다. 지난 주말 워싱턴에 갑자기 내린 폭설에도 불구하고 그는 21일 오전 1시에 이뤄진 상원 1차 토론종결 표결에 참석해 한 표를 행사했고, 22일 오전 7시 30분에 실시된 2차 토론종결 표결에서도 찬성표를 던졌다. 노환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그는 올 들어 이뤄진 호명투표에서 40% 이상 참여하지 못해 민주당 의원들을 초조하게 만들었었다. 공화당에선 내심 버드 의원이 출석하지 못하는 상황을 은근히 바랐지만 그는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고비 때마다 한 표를 행사했다. 상원에서 토론종결을 짓는 투표에 그가 불참했더라면 상원 통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이루지 못한 숙원사업인 건강보험 개혁을 임기 1년 만에 완수하는 업적을 쌓게 됐다. 하와이에서 보내기로 한 겨울 휴가 일정을 상원에서의 법안 통과 후로 미룬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의 정치적 명운을 걸고 추진한 건강보험 개혁이 성공 문턱에 들어섬에 따라 2년차를 맞는 그의 정치적인 발판도 한층 탄탄해졌다.

그는 집권 초부터 워싱턴의 로비 문화를 근절하겠다면서 로비스트 소탕에 앞장섰고, 건강보험 개혁법안을 저지하려는 보험사들과는 일전을 불사했다. 의회 논의 과정에서 고비 때마다 그는 사령탑 역할을 하면서 공화당의 반격을 물리쳤다. 상원 법안대로라면 2019년까지 3100만 명의 무보험자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그는 24일 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 국민의 건강보험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한 한 세기에 걸친 투쟁을 종식시키게 됐다”고 자평했다. 하와이 휴가지에서 집권 2년차를 구상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이 한결 가볍게 됐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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