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체제는 4者가 논의” 보즈워스, 구체 참가국 첫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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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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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에 ‘미국판 그랜드바겐’ 제안
“과거와 확연히 다른 비전 전달”

스티븐 보즈워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사진)는 16일 “(방북기간 중) 매우 직접적으로 북한의 지도부에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전달했다”며 “그 내용은 과거는 물론 현재와도 확연히 다른 것”이라고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는 이날 국무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북한이 비핵화라는 목표를 향해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면 북-미 양자관계는 물론 동북아시아에서의 전반적인 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방북기간에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평화협정 체결과 관련해서도 논의가 있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평화체제 구축은 6자회담에서 합의한 9·19 공동성명(2005년)에 포함된 내용”이라며 “북한이 이 문제가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을 때 ‘미국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비핵화, 평화체제, 평화협정, 에너지·경제 지원, 북-미관계 정상화, 동북아 안보질서 구축 등의 선후 관계(sequencing)”라며 “구체적으로는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으로 나가려는 조건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이전에 평화협정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즈워스 대표는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의 장은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4자회담 형태가 될 것임을 강력히 시사했다. 그는 “4국만이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에 직접적으로 관련된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이는 6자회담 참가국이 모두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9·19 공동성명에는 ‘직접 관련된 당사국들은 적절한 (6자회담과는 다른) 별도 포럼에서 한반도 평화체제에 관한 협상을 개최한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참가국은 명시하지 않았다.

한편 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은 보즈워스 대표와 별도로 가진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김정일 위원장에게 직접 전달하지는 않았고 북한 정부에 전달했다”며 친서 전달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이날 보즈워스 대표와 켈리 대변인은 친서의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지만 전문가들은 북한에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하는 한편 이 경우 상응조치로 평화협정 체결,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한 ‘그랜드바겐’과 일맥상통하는 제안이라는 것. 찰스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미국이 이른바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 않으며 북한체제 전복의 의도도 없고, 6자회담 재개를 통한 한반도의 안정적 비핵화를 원한다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eaw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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