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아프간 도박’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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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대선 1년반 前 속전속결 매듭… 연임 연계 노린듯
차질 땐 ‘제2 베트남전’ 우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자신의 정치적인 명운을 걸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1일 오후 8시(현지 시간) 미국 뉴욕 주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에서 취임 후 첫 대국민연설을 갖고 새 아프간 전략을 발표했다. 당장 내년 상반기까지 아프간에 3만 명을 추가로 파병하고, 그 1년 반 뒤인 2011년 7월에 미군 철수를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들은 아프간 확전에 반대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거꾸로 3만 명 추가 파병 카드를 꺼내 들었다. 2001년 9·11테러의 주범으로 꼽힌 오사마 빈 라덴을 잡기 위해 8년 전 아프간전쟁을 시작했지만 미국인들은 갈수록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는 전쟁에 지쳐 있다. 미국 내에서는 ‘베트남전의 재판(再版)이 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 오바마 대통령은 추가로 대규모 병력을 파견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금융위기 극복에 썼다. 또 자신의 첫 개혁과제인 건강보험 개혁에도 앞으로 엄청난 돈이 들어간다. 여기에 아프간에 3만 명을 추가 파병하면 나라살림에 깊은 주름살이 팰 수밖에 없다. 아프간에서 미군 1명을 유지하는 데 드는 돈은 연간 100만 달러다. 이 때문에 3만 명을 증파할 경우 연간 300억 달러가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아프간전쟁을 찬성하는 세력과 반대하는 세력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한 카드라지만 자칫 모두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군 3만 명을 내년 상반기까지 신속하게 아프간에 배치하겠다”며 속전속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2011년 7월을 철군 시기로 못 박았다. 차기 대선을 1년 반 남짓 남겨둔 때 병력 철수를 시작하겠다는 것으로 아프간전쟁 성과를 차기 대선에 활용하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AP통신은 “오바마 대통령의 미군 3만 명 증파는 차기 대선에 무게중심을 두는 정치적인 도박”이라고 꼬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파병 요청에 대해 영국과 체코가 각각 500명, 100명 추가파병을 약속했고 폴란드와 스페인이 600명과 200명 증파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탈레반은 2일 “적들의 전략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얼마나 많은 병력을 보내든 상관없이 그들은 늘어나는 무자헤딘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탈레반 대변인은 AFP통신에 “오바마는 아프간에서 미국으로 향하는 수많은 관(棺)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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