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이란 에바디 변호사 “정부에 메달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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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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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당국이 2003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시린 에바디 변호사(62·여·사진)의 노벨상 메달을 몰수했다고 노르웨이 외교부가 26일 밝혔다. 그는 이슬람권 여성과 아동의 권리 증진을 위해 투쟁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한 안전 금고에 보관 중이던 에바디 변호사의 메달과 상장 등이 개인물품과 함께 지난주 이란 당국에 몰수됐다고 노르웨이 외교부가 26일 발표했다.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외교장관은 “이란 정부의 노벨상 메달 압수는 충격적”이라고 비판했다. 노르웨이 외교부 대변인도 노벨상이 생긴 이래 수상자의 메달을 당국이 압수한 것은 처음이라며 이란을 맹비난했다.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오슬로 주재 이란 대리대사를 불러 엄중히 항의하고 얼마 전 테헤란에서 체포돼 심하게 구타당한 에바디 변호사의 남편에 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이후 에바디 변호사와 접촉을 유지하고 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예이르 루네스타 사무총장도 “사상 초유의 사태로,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란 당국에 항의서한을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에바디 변호사는 미국 뉴욕에서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이란 정부는 내가 노벨상을 수상한 뒤 세금 41만 달러를 탈세했다고 주장한다”며 “이란 법에 따르면 노벨상 상금은 면제 대상인데 정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란 정부가 자신의 연금과 은행계좌를 동결했고 친척들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에바디 변호사는 부정선거 시비를 낳고 있는 6월 이란 대선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재선된 이래 국외에 머물러 왔다. 그는 “사실상 망명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바디 변호사는 국제사회에 이란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말라고 촉구하는 한편 유엔 감시하에 재투표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란 정부는 27일 ‘인권운동가 시린 에바디가 노벨 평화상 메달을 정부에 몰수당했다’는 노르웨이 정부의 주장을 공식 부인했다. 그러나 이란의 라민 메흐만파라스트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에바디 변호사의 세금 체납 문제를 거론해 에바디 변호사의 재산을 압류했음을 암묵적으로 시인했다. 메흐만파라스트 대변인은 “노르웨이 관리들은 왜 재산에 대한 세금 납부를 소홀히 하거나 거부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려 하는지, 또 외국 사법체계를 의심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의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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