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獨 ‘초고속 밀월’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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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상 교차방문 “1차대전 상처 극복” 한목소리
통합유럽 출범 앞두고 ‘든든한 동반자’ 확보 교감


“과거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지만 ‘화해의 힘’은 과거의 상처를 이겨내도록 도와줍니다.”

11일 프랑스 파리의 개선문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 91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당시 목숨을 잃은 프랑스인들이 묻혀 있는 무명용사의 묘 앞에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프랑스의 제1차 세계대전 종전 기념행사에 독일 총리가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메르켈 총리는 이어 “영원하라 프랑스, 영원하라 독일, 영원하라 프랑스와 독일의 우정”이라고 외쳤다.

메르켈 총리를 맞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우리는 누군가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국 모두에 끔찍했던 시련을 되새기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날을 프랑스와 독일의 화해의 날로 선포하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

무명용사의 묘 앞에 나란히 선 두 정상은 고인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1년 내내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 다시 점화하는 의식을 가졌다. 이어 프랑스와 독일의 국기가 함께 내걸린 행사장에서 두 정상은 군악대가 양국 국가를 연주하는 가운데 “다시는 상대국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서로에게 총을 겨눴던 양국의 정상이 이처럼 화해를 상징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은 과거를 잊고 앞으로 독일과 프랑스가 유럽연합(EU)의 중심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9일에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독일을 방문해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했었다. 두 정상의 이런 빈번한 방문 외교는 EU의 정치적 통합을 가속화할 리스본 조약의 발효를 눈앞에 두고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양국의 협력 강화 움직임에 대해 영국 BBC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와 독일의 협력 관계를 더 중시하고 있다”면서 “내년 영국 총선에서 지금보다 더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정부가 출범하게 될 경우를 대비해 프랑스는 든든한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영국 더타임스는 “메르켈 총리의 행보에는 베를린 장벽 붕괴 20년을 맞아 독일을 유럽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면서 외부 세계로 점차 활동반경을 넓혀 가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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