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사상 첫 흑인 퍼스트레이디는 왜 특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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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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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매-핫팬츠 파격적 의상도…
훌라후프 묘기-고구마 캐기도…
“미셸이니까”

미셸 오바마 여사가 29일 자신이 직접 일구고 가꿔온 백악관 텃밭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이날 수확된 223파운드(약 101kg)의 채소는 백악관 인근 빈민층에 보낼 예정이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미셸 오바마 여사가 29일 자신이 직접 일구고 가꿔온 백악관 텃밭에서 초등학생들과 함께 채소를 수확하고 있다. 이날 수확된 223파운드(약 101kg)의 채소는 백악관 인근 빈민층에 보낼 예정이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장면1

29일 오후 백악관. 오랜만에 비구름이 걷히고 햇살이 살포시 얼굴을 내민 백악관 텃밭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청바지에 목장갑 차림으로 이날 백악관의 가을걷이 행사에 초대받은 초등학생들 앞에 선 미셸 여사는 어느새 농업 교사가 돼 있었다. 특유의 우렁찬 목소리로 “손에 흙 묻힐 준비는 됐나요”라며 말문을 연 미셸 여사는 모종삽으로 고구마를 캐낸 뒤 “12인치(30cm)는 되겠네. 한 분대(分隊) 정도는 먹일 수 있겠군”이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장면2

21일 오전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열린 건강어린이대회. 청색 카디건에 허리를 잘록하게 조인 검은색 벨트로 멋을 낸 미셸 여사가 훌라후프를 허리에 걸었다. 참석자들의 시선이 집중된 속에 무려 142회나 훌라후프를 돌려 박수를 받은 미셸 여사는 내친김에 두 개의 훌라후프를 허리에 걸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묘기까지 선보였다.

#장면3

28일 오후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1차전이 열린 뉴욕 양키스타디움. 부통령 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양키스가 낳은 전설적인 스타 중 한명인 요기 베라 씨를 부축하고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낸 미셸 여사는 시구를 위해 마운드에 오른 이라크전 참전용사 토니 오디에르노 씨에게 공을 건넸다. 이라크에서 교전 중 왼쪽 팔을 잃은 오디에르노 씨에게 공을 건네는 미셸 여사의 눈은 눈물로 글썽거렸고 미셸 여사에게 어깨를 맡긴 그의 입에는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미셸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미국 사회에 나돌기 시작한 퍼스트레이디에 대한 평가다. 흑인 노예 출신 소녀의 5대손이기도 한 미셸 여사가 미국 헌정사상 가장 파격적인 영부인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 특유의 건강한 팔뚝을 자랑하는 민소매 패션을 자랑하기도 하고 대통령 전용기에서 핫팬츠 차림으로 내려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는 기가 죽는 법이 없다. 4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당시에는 버킹엄궁에서 열린 리셉션 도중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어깨에 손을 얹어 ‘비례(非禮)’ 논란에 휘말렸지만 미국 주요 언론은 “미셸이니까…”라며 크게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그의 인기는 남편인 오바마 대통령을 넘어서고 있다.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와 갤럽이 대선 1주년을 앞두고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셸 여사의 지지도는 61%로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도 55%보다 6%포인트가 높았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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