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서부대개발 관문, 충칭은 지금 공사중

  • 입력 2009년 10월 15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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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항만 등 인프라 건설 박차… 외국기업 속속 진출
“한국 전용공단 기대” 보시라이 당서기등 잇단 러브콜

13일 중국 충칭(重慶) 직할시 위베이(투北) 구의 춘탄(寸灘) 항은 온통 공사판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매년 달라지고 있다”며 “내년에 오면 몰라볼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기술개발구에 있는 포스코 강판 가공공장 최주영 총경리는 “올해는 작년의 2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며 “이 추세라면 곧 공장을 넓혀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인구 3200만 명에 한국의 80% 면적을 가진 충칭이 경제위기 속에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중국 서부지역의 발달뿐 아니라 경제회복의 견인차로 떠올랐다.

○ 내륙의 상하이를 향해

중국 정부는 창장(長江) 강변의 충칭과 쓰촨(四川) 성 성도인 청두(成都)를 묶은 ‘청위(成투)’ 경제권을 서부대개발사업의 핵심지역으로 육성해 왔다. 2000년 시작된 이 사업은 서부의 낙후된 12개 성시를 개발해 상하이(上海) 등 연해지역과의 격차를 줄이는 게 목표다.

경제위기 속에 사업의 효과는 두드러졌다. 대부분 지역이 내수 중심이라 외부 영향을 받지 않았다. 특히 이 사업의 관문인 충칭의 활약이 눈부시다. 9월 현재까지 충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무려 14%(잠정치)다. 중국 전국 상반기 평균인 7.1%를 2배 가까이 웃돈다. 중앙정부는 최근 서부대개발 사업에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건설을 위해 4689억 위안(약 80조 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현재 충칭 시 전역이 ‘공사장’으로 변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황지판(黃寄帆) 충칭 상무부시장은 “충칭이 상하이보다 10년 뒤졌지만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며 “향후 30년은 내륙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충칭 시는 △천연가스 등 싸고 풍부한 자원 △우수한 노동력과 저렴한 임금 △1억3000만 명(쓰촨 성 포함)에 이르는 배후시장 등을 강점으로 꼽았다. 물류 개선을 위해 최근 수년간 고속도로 1500km, 철로 1000km를 신설했다. 또 창장(長江) 강의 항구 4곳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싼샤(三峽) 댐 상류인 이곳에는 1000∼3000t급 배가 2500km 떨어진 상하이까지 운항한다.

외국 대기업이 진출도 눈에 띄게 늘었다. 8월 미국 HP는 연간 2000만 대의 노트북 생산기지를 세워 유럽과 중국 내륙을 공략하기로 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에너지와 IT 산업, 환경, 금융, 물류 등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 한국 향한 ‘러브콜’

충칭 시 간부들은 한국 기업이 이곳에 진출하기를 기대했다. 황 상무부시장은 “한국기업들은 정말 대단하다”면서 “한국기업이 충칭을 통해 중국 서부의 내수시장을 활용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보시라이(薄熙來) 공산당 서기는 13일 신정승 주중 한국대사를 만났을 때 “한국기업이 많이 들어와 한국기업 전용공단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가 많은 한국을 머지않아 방문할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중국 최고지도층인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최근 범죄와의 전쟁으로 중국 대륙에서 스타로 떠올랐다.

충칭=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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