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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1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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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연설로 유명한 미국의 대표적인 흑인 인권지도자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자녀들이 부모 유산을 놓고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1968년 39세의 나이로 암살당한 킹 목사는 생전에 2남 2녀를 뒀다. 킹 목사의 부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는 2006년 타계했다.
킹 목사의 재산 총액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족들은 ‘킹 코퍼레이션’이라는 재산관리회사를 세워 차남인 덱스터 씨가 관리해 왔다. 그런데 지난해 장남인 킹 3세와 막내딸 버니스 씨는 덱스터 씨가 재산 중 일부를 개인 용도로 썼다며 소송을 냈다. 5월에는 덱스터 씨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운영하는 드림웍스와 킹 목사의 일대기 영화제작 계약을 맺자 장남과 막내딸이 자신들과는 사전 상의도 없이 결정했다며 반발했다.
이번에 논란 대상이 된 것은 코레타 여사가 킹 목사에게 보낸 연애편지 한 통이다. 이 편지가 ‘돈이 되는’ 물건이어서 자녀들 간에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킹 목사가 받은 노벨상과 보석 및 유품과 함께 박스에 담긴 채 애틀랜타의 한 은행에 보관돼 있던 이 편지는 당초 장녀인 욜란다 킹 씨가 보관해 오다 2007년 5월 숨지면서 여동생인 버니스 씨에게 넘겨졌다.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은 16일 “킹 목사 자녀들은 14일 애틀랜타의 한 법원에서 13시간 동안 이 편지를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며 형제간의 법정 다툼 소식을 자세히 전했다. 버니스 씨와 킹 3세 씨는 이날 공판에서 “덱스터가 회사를 운영하면서 공동 이사인 자신들에게 회사 재정상태에 대해 전혀 보고를 하지 않고 있다”며 재정상태 공개를 요구했다.
반면 덱스터 씨는 “이번에 발견된 연애편지를 비롯해 버니스가 보관해온 어머니의 서류들을 모두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역공했다. 특히 덱스터 씨 측 변론을 맡은 변호사 린 우드 씨는 “버니스가 작년 6월 은행을 방문해 부모의 연애편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도 금고 내 목록을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어긴 채 고의로 이를 숨겨왔으며 킹 3세도 이 편지의 존재를 알고도 침묵을 지켜왔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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