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특수부대, 탈레반 납치 NYT기자 구출

  • 입력 2009년 9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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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인 통역-영국군 1명 사망

아프가니스탄에서 취재 도중 탈레반에 납치됐던 뉴욕타임스 기자가 연합군의 특공작전으로 구출됐다고 9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이 신문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아프간 북부 쿤두즈 공습 현장을 취재하다 5일 탈레반에 납치됐던 스티븐 패럴 기자(46·사진)가 이날 새벽 영국 특수부대에 의해 구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자와 함께 납치됐던 현지인 통역 술탄 무나디 씨는 구출작전 도중 사망했다. AP통신은 작전 도중 영국군 병사 1명이 사망했고 현장에 있던 탈레반 1명도 사살됐다고 보도했으며, BBC는 구출 과정에서 여성과 아이 등 민간인 2명이 사망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언론은 피랍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기자의 신변 안전을 고려해 그동안 일절 보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구출 직후 패럴 기자는 뉴욕타임스에 전화를 걸어 구출 상황을 상세하게 전했다. 그는 “이날 새벽 헬기 소리가 들려왔다”며 “우리는 모두 방 안에 있었는데 탈레반들이 갑자기 벌떡 일어섰다. 공습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탈레반들이 우리를 죽일 것 같아 도망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패럴 기자는 무나디 씨와 함께 밖으로 내달렸다. 사방에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 영국인들과 아프간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나디 씨가 먼저 “나는 기자다, 기자다”라면서 앞서 나갔지만 곧바로 총탄을 맞고 쓰러졌다. 패럴 기자는 즉시 옆 도랑으로 몸을 피했다. 1, 2분이 지나자 영국인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그는 벌떡 일어나 “내가 영국인 인질이다”고 외쳤다. 구출된 후 뒤를 돌아보니 무나디 씨는 쓰러진 자리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작전 현장에 있던 현지인 모하마드 나비 씨는 “8일 밤 탈레반들이 차량 2대로 우리 집에 와서 은신처를 요구했다”며 “그들과 함께 외국 기자와 통역이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아일랜드와 영국 국적을 갖고 있는 패럴 기자는 2007년 7월 뉴욕타임스에 들어왔으며 중동과 남아시아 취재로 명성을 얻었다. 2004년 더타임스 기자로 활약할 당시엔 이라크 팔루자에서 납치됐다 풀려나기도 했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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