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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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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오전 2시 반 다수의 아프가니스탄 민간인이 희생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의 아프간 북부 쿤두즈 공습은 한 명의 정보원 말에 의존해 충분한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진행된 것이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 폭로했다.
WP는 아프간 정보원은 탈레반이 탈취한 유조차 2대 주변에 몰려든 사람이 모두 탈레반 세력이라고 보고했지만 당시 나토군은 F-15 전투기가 보내온 흐릿한 현장 화면을 통해 사람 수만 겨우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고 보도했다. WP는 최대 90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공습사건 발생 직후 구성된 나토군 진상조사팀과 동행 취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공습은 쿤두즈 지역을 담당하는 독일군의 요청에 따라 미군 소속 F-15 전투기가 유조차 각각에 500파운드 무게의 위성유도폭탄을 투하하면서 이뤄졌다. 독일군 전술작전센터 내 대형 화면에는 사람의 체온을 감지한 수많은 검은 점들이 유조차 주변에 표시됐다. 이들이 무기를 들고 있었는지는 전혀 파악할 수 없었지만 독일군은 정보원 말만 믿고 미군 측에 공습을 요청했다. WP는 생존자 인터뷰를 통해 “당시 탈레반은 강을 건너던 유조차가 오도 가도 못하게 되자 주민들을 총으로 협박해 유조차 주변으로 불러 모았다”며 “진상조사팀은 현재 최대 125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군 측은 진상조사팀에 “탈레반이 탈취한 유조차가 넘어가면 경찰서나 재건사업 현장이 공격당할 것이 우려됐다”며 “아프간 정보원의 보고 내용과 F-15 전투기가 보내온 화면이 매우 흡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독일군은 공습 직후 바로 현장에 병력을 보내 확인하라는 지침을 따르지 않았으며, 모든 시체가 치워진 이후 선발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WP는 보도했다. WP는 이 같은 독일군의 상황 판단은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해 스탠리 매크리스털 아프간 주둔 나토군 사령관이 내린 지침의 정신을 어긴 것이라며 이 지침은 단일 정보 소식통에 의존해 아프간 주거 건물을 폭격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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