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 기고/고바야시 요시아키]‘부메랑’ 된 고이즈미 개혁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코멘트
신자유주의 정책 밀어붙여
富 양극화 초래… 민심 떠나

정책 반대하는 의원 내쫓아
지지조직 민주쪽으로 전향

일본의 정치문화는 한국보다 변화의 역동성이 부족하다고 지적돼왔지만 이번만은 예외다. 이번 선거로 1955년 창당 이래 중의원 선거에서 줄곧 제1당의 지위를 차지해온 자유민주당은 민주당에 이를 양도했다.

정권 교체의 원인은 크게 3가지다. 먼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내각에서 신자유주의 개혁을 추진한 결과 도시와 지방, 개인 간 격차가 커진 것이다. 고이즈미 내각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주는 지방교부세를 줄이는 대신 세원(稅源)을 중앙에서 지자체로 이양했다. 그 결과 대기업이 많은 도시와 중소기업에 의존하는 지방의 재정격차가 커졌고 빈곤한 지자체는 공립병원을 폐쇄하는 등 공공서비스를 축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비정규직 고용을 확대하는 등 기업에 유리한 정책을 실시하면서 개인 간 소득 차도 확대됐다. 자민당은 기업을 지원해 이윤이 늘면 언젠가는 노동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며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기업은 실적이 회복돼도 주주에게 배당하거나 투자 유보금으로 적립했고 노동자 임금 상승은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권자의 불만을 초래했다. 유권자 시각에서 보면 자민당에 오랜 기간 정권을 맡겼지만 생활은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일단 ‘바꿔보자’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민주당이 좋다는 게 아니라 ‘자민당에 벌주고 싶다’라는 의미다.

또 다른 이유는 자민당을 오랫동안 떠받쳐 온 조직이 분열된 것이다. 2005년 중의원 선거에서 고이즈미 총리가 우정민영화에 반대한 의원을 내쫓는 바람에 이들을 지지하는 조직이 자민당 지지를 철회하고 나아가 일부 조직은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다.

세 번째 이유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의 형편없는 인기도다. 기본 정책이 오락가락 흔들리고 ‘돈 없는 놈은 결혼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말하는 등 잇단 실언에 국민이 등을 돌렸다. 총선 당시 게이오(慶應)대가 조사한 결과 유권자 중 아소 총리 지지율은 20%로, 자민당 지지자의 절반도 안 되는 49%만이 아소 총리를 지지했다.

민주당 정권이 출범하면 내정과 외교에 변화가 올 것이다. 우선 내정을 관료에게만 맡겼던 자민당과 달리 민주당은 내각과 당이 일체가 되어 정치권 주도로 정책을 결정할 것이다. 관료 인사에도 정치권이 더 관여하고 정부 지출의 낭비가 줄 것이다.

외교는 예전처럼 미일관계를 중시하겠지만 대미 관계에서 독립성을 발휘하려고 하면서 미일 간에 긴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민주당엔 친한파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한국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가진 의원도 적다. 총리가 될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한일관계는 기본적으로 더 나은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한국 언론은 성과를 채근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켜봐 주었으면 한다. 만약에 한국 언론이 일본의 민주당 정권에 지나치게 기대하면 실제로 천천히 개선되는 속도에 대해 한국민의 불만이 생기게 될 것이다. 이제는 시간을 들여 더 나은 한일관계를 구축하고 이를 미래 세대에게 전해주는 게 동시대를 사는 우리의 책무다.

고바야시 요시아키 게이오대 법학부 교수

:고바야시 요시아키(小林良彰):

△1954년 도쿄 출생 △게이오대 법학부 정치학과 박사 △현 일본학술회의 간사 △전 일본정치학회 이사장 △전 일본선거학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