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하토야마-마스조에 유세 중 실수로 구설 올라

  • 입력 2009년 8월 27일 02시 54분


1000엔 주고 거스름돈 850엔 안받았다가…
“게으른 사람들” 실직자 무시 발언했다가…

일본 8·30총선을 앞두고 자민당과 민주당을 각각 대표하는 거물급 정치인이 유세 도중 석연치 않은 실수로 구설수에 올랐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민주당 대표는 23일 재래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비교적 큰 액수의 거스름돈을 돌려받지 않아 선거법(유권자 매수) 위반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민당의 차기 총재로 떠오르고 있는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후생노동상은 이에 앞선 18일 실직자들을 '게으름뱅이'라고 표현한 것이 뒤늦게 알려져 실직자 문제를 주관하는 장관으로서 있을 수 없는 발언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서민적인 모습을 부각시키기 위한 유세 퍼포먼스가 오히려 뒷덜미를 잡았다. 도쿄시내의 한 재래시장에서 150엔(약 2000원)짜리 멘치카츠(고기로 만든 고로케)를 사먹고 1000엔을 낸 후 거스름돈 850엔을 받지 않은 것. 일본인의 일반 정서상 850엔은 상당히 큰 액수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유권자를 돈으로 매수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본래 1000엔어치를 사려고 했는데 혼잡해서 거스름돈도 물건도 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사태가 좀처럼 수습되지 않자 당 관계자가 다시 찾아가 거스름돈과 영수증을 받아오면서 일단락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제는 "서민의 이해를 대변한다는 민주당의 대표는 정작 서민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다", "하토야마는 역시 부잣집 아들…"이라는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가 세계적인 타이어 제조업체인 브리지스톤 창업자의 외손자임을 비꼰 표현이다. 이번 실수로 하토야마 대표는 당내에서도 체면을 구겼다. 압도적인 지지율로 앞서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는 총선 입후보자들에 철저한 '입 조심'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대표가 실수를 저질렀다는 지적이다.

마스조에 후생상은 총선 유세도중 "일할 능력도 되고 일자리도 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에게 귀중한 세금을 쓸 수 없다"며 실직자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다. 구직정보를 제공해도 실직자가 응하지 않는 등 자립의지가 없음을 지적하면서 나온 발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실직자 관련 시민단체는 복지문제를 책임지고 있는 장관이 생활 자립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실직자를 모욕하는 발언을 했다며 거센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마스조에 후생상은 "앞으로 주의하겠다"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으나 사태는 쉽게 가라않지 않고 있다.

도쿄=김창원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