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앞둔 ‘오다이바 건담’의 미래

  • 입력 2009년 8월 22일 18시 07분


오다이바 건담. 아사히신문 제공
오다이바 건담. 아사히신문 제공
지난달 11일 일본 도쿄에서 공개된 실물 크기의 건담 모형을 찾는 관람객이 폭증하고 있다. 31일 해체를 앞두고 있어 만화 속에 등장하는 것과 똑같은 높이 18m의 거대한 건담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이제 일주일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며 방문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물 크기 건담은 일본에선 '오다이바 건담'으로 불린다. 건담 모형이 도쿄 시민들의 안식처이자 외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 시나가와(品川) 구 오다이바(お台場)에 세워진데 착안한 별칭이다.

오다이바 건담은 1979년 방영된 일본의 세계적인 인기 애니메이션 '기동전사 건담'의 30주년 기념사업으로 제작됐다. 오다이바 시오카제(潮風)공원에 우뚝 선 로봇 모형은 작은 부품까지 세밀하게 표현돼 까탈스러운 건담 프라모델 마니아들도 만족시켰다.

오다이바 건담은 밤이면 화려한 조명 속에 고개를 움직이며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내고 있다. 행사장에는 건담과 관련된 상영회, 음악회 등 각종 이벤트가 마련돼 마니아들은 다양한 추억을 만들고 어린이들은 꿈을 키우는 문화적 명소가 됐다.

●오다이바 건담이 만든 기록과 화제

건담은 철골과 강화 플라스틱을 이용해 제작됐다. 아파트 9층 높이와 맞먹는 거대한 크기가 화제를 모았지만 무게도 36t에 이른다. 건담을 해체하고 보관하기 위해선 컨테이너 25대가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후지TV에 따르면 지금까지 오다이바 건담을 보고 간 관람객은 3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주최 측이 당초 예상한 것보다 2배가 넘는 숫자다.

특히 오다이바 건담 해체와 일본 학교의 개학일이 다가오면서 최근 들어 관람객 수가 크게 늘었다. 14, 15일 이틀 동안 건담을 보러 이곳을 방문한 사람만 33만 명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오다이바 건담은 한국 미국 유럽 등 해외 각국의 건담 마니아들도 불러들이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서 일본을 찾는 한국 관광객이 크게 줄었음에도 마니아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다. 국내 건담 동호회 사이트엔 이들이 직접 촬영한 오다이바 건담 사진과 관람 후기가 계속 게시되고 있다.

스타 커플인 가수 타블로와 배우 강혜정이 폭우 속에서도 오다이바 건담을 보며 데이트를 즐긴 사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타블로는 "건담 만나러 도쿄에 다녀왔다"며 건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지난달엔 특별 경매 이벤트도 벌어졌다. 건담의 어깨 높이까지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기념촬영을 할 수 있는 티켓을 놓고 이뤄진 경매에서 최종 낙찰가는 260만1000엔(약 3470만원)을 기록했다. 34세의 방송작가인 낙찰자는 "그 돈이면 자동차를 사라는 얘기도 들었다. 하지만 건담과 찍는 기념사진은 내 인생에서 최고의 추억으로 남을 것이기 때문에 비용은 아깝지 않다"고 밝혔다.

오다이바 건담이 도쿄의 대표적 랜드마크로 부상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자 일각에선 '뉴욕에 미국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이 있다면, 도쿄엔 일본 소프트파워를 상징하는 오다이바 건담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오다이바 건담, 해체 뒤엔 어떻게 될까?

해체가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건담 마니아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오다이바 건담이 다시 조립돼 다른 장소에 전시될지 여부다. 특히 아직 이 모형을 보지 못한 국내 팬들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실물 크기의 건담을 두 번 다시 못 보는 것 아니냐며 발을 구르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번 행사를 주관한 '그린 도쿄 건담 프로젝트' 사무국 측은 이와 관련해 "(전시 이벤트가) 폐막한 뒤엔 해체시킨다.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떻게 될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무국은 "이번 프로젝트의 주제는 환경보호"라며 "건담 모형은 해체한 뒤 다시 구축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고 말해 마니아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오다이바에선 사라지더라도 장소를 옮겨 다시 세워질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행사 자체가 '그린 도쿄 건담 프로젝트'로 명명된 만큼 플라스틱과 철골이 대거 투입된 거대한 로봇 모형을 폐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오다이바 건담이 2016년 도쿄 올림픽 유치 홍보에 활용돼 의미가 깊다는 점도 재활용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 대목이다.

업체 측에서도 오다이바 건담을 향후 건담 홍보에 재활용함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내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시 기간 중에도 건담이 전시된 행사장에는 프라모델, 게임, CD 등 건담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이 개설돼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미 일본에선 건담 놀이기구가 설치된 테마파크 '후지큐 하이랜드'나 실물 크기의 건담 머리 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나스 하이랜드 파크' 등이 오다이바 건담이 옮겨갈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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