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메리카’ 밀월시대 끝나나

  • 입력 2009년 8월 19일 02시 56분


美, 중국산 수입 18% 급감
中, 美국채 보유 3.1% 줄여

‘중국과 미국은 이혼으로 치닫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닐 퍼거슨 교수는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에 기고한 글에서 미중 간의 밀월이 끝나고 조만간 본격적인 경쟁에 들어설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퍼거슨 교수는 베를린자유대 모리츠 슐라리크 교수와 함께 미국과 중국의 상호의존 및 보완의 ‘공생 시대’를 알리는 ‘차이메리카(Chimerica)’란 신조어를 만들어 낸 학자다.

두 나라는 그동안 아귀가 맞는 역할분담을 통해 공존하고 번영했다. 중국이 저축하면 미국은 소비하고, 중국이 수출하면 미국은 수입했다. 미국 채권을 중국이 사줬기 때문에 미국은 중국에서 돈을 빌릴 수 있었다. 하지만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양국의 이 같은 ‘찰떡궁합’에 변화 조짐이 엿보이고 있다.

우선 벌어들이는 돈보다 많이 흥청망청 소비해온 미국인들은 이제 지갑을 꼭 닫고 있다. 미국의 저축률은 역대 최고치로 치솟았다. 수입도 크게 줄었다. 미국의 대(對)중국 수입은 지난해 5월부터 1년 동안 18%나 감소했다. 중국도 마냥 미국만 바라보고 있지는 않는다.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처음으로 2조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 가운데 70%가 달러표시 물량이고 대부분 미 정부 채권이다. 이렇게 사주는 중국이 있었기에 미국은 막대한 적자에도 낮은 금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은 달러화 가치하락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미국 채권을 사는 것을 점점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또 중국은 수출 위주 성장전략에서 내수로 방향을 틀었다. 수출 대상지로서 미국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중국은 투자와 수출 대상지를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퍼거슨 교수는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에 의존해온 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해 내수시장을 좀 더 진작시키려 하고 있고 달러화 대신 유로화와 일본 엔화 보유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2027년이 되면 미국과 맞먹는 수준에 이르러 막강한 경제권을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퍼거슨 교수는 이 같은 전망은 중국이 경제적으로 미국에서 독립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국이 갈라선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갖는다. 새로운 냉전시대가 시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 있다고 해서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퍼거슨 교수는 주장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8일 미 재무부의 발표를 인용해 6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이 7764억 달러로 전달 8015억 달러보다 251억 달러(3.1%)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 규모를 큰 폭으로 줄인 것은 2000년 10월에 4.2% 줄인 후 9년 만에 처음이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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