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9년 8월 17일 03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신흥국 올 성장률 5.6% 전망… G7 -3.5%와 대조
한국 등 부양책 서방보다 효과… ‘거품’ 경계해야
“서방은 이제 경제의 중심이 아시아로 넘어가는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경제국들의 경제가 ‘V자’형으로 회복되면서 세계 전체의 경기 회복을 이끌고 있다고 영국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 최신호가 보도했다.
○ 아시아 경기부양책 주효
아시아 신흥국 중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싱가포르의 2분기(4∼6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1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아시아 신흥국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을 5.6%로 내다봤다. 선진 7개국(G7)의 올 평균 경제성장률이 ―3.5%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과는 뚜렷이 대비된다. 또 2분기 아시아 신흥국의 산업생산은 평균 36%(연율 기준) 급증했다. 연초 많은 전문가가 “선진국 경제가 먼저 회복되지 않는 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신흥국의 경제가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본 것과는 반대 결과다.
서방 경제전문가들의 아시아에 대한 ‘불공정한’ 예상이 틀린 것은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1997, 98년 외환위기와 2001년 닷컴 버블 붕괴로 아시아 신흥국들이 경제위기를 맞았을 때도 이들은 비관적 전망을 잇달아 내놨지만 빗나갔다. 대표적인 예로 1998년 말 서방 전문가들은 “한국이 1999년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실제 한국은 그해에 9.5%의 경제성장률을 나타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경제가 점점 서방에서 탈동조화(decoupling)되고 있다”며 아시아 경제가 살아나는 이유는 각국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국내 소비가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서방 국가들도 부양책을 내놨지만 아시아에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서방 국가들보다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좋았던 아시아국들이 훨씬 과감한 경기부양책을 내놨기 때문이다. 또 아시아의 가계 빚이 적어 감세(減稅)와 현금보조 등으로 시중에 풀린 돈이 바로 소비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도 경제회복에 보탬이 됐다.
이 밖에 아시아 신흥국들은 자동차와 가전 등 제조업이 주력 산업이어서 경기회복기에 더 빨리 경제가 살아날 수 있었다고 이 잡지는 설명했다.
○ “섣부른 자신감은 금물”
아시아 신흥국들이 성장세를 이어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거품을 조심해야 한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조언했다. 이미 증시와 부동산에서 거품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경기부양 효과가 점점 사라질 때를 대비해 국내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아시아국들이 자국 통화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이 잡지는 주장했다. 자국(自國) 통화가치가 상승하면 경제성장의 중심이 수출에서 내수로 바뀌게 되고 가계구매력이 높아지며 서방 국가에서 보호무역 장벽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나친 자신감도 경계해야 한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 신흥국들이 1997, 98년 외환위기에서 예상보다 빨리 벗어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면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왔을 때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