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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8월 15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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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아프리카 순방 중 연일 ‘설화(舌禍)’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나이지리아 아부자에서 가진 공개 강연에서 클린턴 장관은 공정한 선거와 민주주의에 관해 연설했다. 연설 후 클린턴 장관은 참석자로부터 나이지리아에 만연한 선거부정에 대해 코멘트를 요구받고 다음과 같이 답했다.
“선거가 완벽한 경우는 드물다. 민주주의는 계속 진화하는 것이며 미국의 경우도 그렇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미국도 과거 선거에서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2000년 대선이 후보의 동생이 주지사를 맡고 있는 주에 운명을 걸게 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우리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을 거의 절반으로 양분하다시피 하며 재검표 소동을 벌였던 2000년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후보가 자신의 동생 젭 부시가 주지사를 맡고 있던 플로리다 주에서 신승해 다수의 선거인단을 확보하면서 전국 유권자 득표에서 앞선 앨 고어 후보를 이긴 상황을 비꼰 셈. 하지만 클린턴 장관은 곧 이어 2008년 대선을 언급하면서 “강력한 민주주의는 패자가 깨끗이 결과에 승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언 직후 논란을 우려한 국무부가 “미국 내부의 문제를 꼬집었다기보다는 깨끗한 승복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어떤 경우에도 폭력이 용인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우파에서는 “국무장관이 외국에서 자국을 비난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