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의료개혁 저항 정면돌파”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보험서비스 質저하’ 루머 진원지 보험사 지목
‘보험기득권세력 vs 일반 국민’ 구도로 몰아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정치판의 밑바닥에서부터 스스로 자신의 길을 헤쳐 온 자수성가형 정치인이다. 무명의 정치신인 시절 시카고의 정치거물을 찾아가 자신의 미래를 딜(deal) 했고, 정교한 전략·전술을 구사하며 장벽들을 무너뜨려왔다. 필요하면 싸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취임 이래 가장 조직적이고 강력한 저항을 펼치고 있는 의료보험 반대세력을 상대로 정면 공격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1일 뉴햄프셔 주 포츠머스의 고등학교 강당에서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의료보험 개혁안에 대한 일반인들의 오해를 풀어주는 동시에 반대파를 거세게 몰아붙이는 전형적인 돌파 전략을 구사했다.

①허깨비를 부숴라=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저항그룹이 TV광고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선전해 온 논리들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허깨비(boogeyman)를 만들지 말라. 사실을 놓고 찬반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②‘공포 전술’ 역(逆) 낙인=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과 우파의 비판을 ‘공포전술’ ‘협박전술’이라고 규정하면서 “우리가 진정 두려워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 등이 “오바마는 (보험재정 절약을 위해) 환자를 그냥 죽게 놔둘지 살릴지를 결정할 ‘죽음의 위원회’를 구성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루머를 퍼뜨리지 말라”고 반박하며 자세히 해명했다.

③다수 중산층을 내편으로=여론조사에서 의료보험 개혁에 부정적인 의견이 50% 이상으로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4500만 무보험자를 구제하기 위해 다수인 유보험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의료서비스의 질(質)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런 오해와 루머의 진원지로 민영보험회사를 비롯한 ‘특별한 이해관계 그룹’을 지목함으로써 ‘유보험자 대(對) 무보험자’ 대립구도로 진행되는 판세를 ‘보험 기득권세력 대 일반 국민’의 구도로 전환시키려 했다.

그는 이날 1800여 명의 참석자에게 “어떤 질문이든 주저하지 말고 하라”고 거듭 권유했다. 공화당원을 포함한 9명이 손을 들었고 이에 막힘없이 대답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전국에 생중계됐다. 행사장 밖에선 ‘Nobama Deathcare’(‘오바마 헬스케어’를 비튼 조어), ‘Obama Lies, Grandma Dies’(오바마의 거짓말이 할머니를 죽인다) 등의 팻말을 든 반대론자들이 시위를 벌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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