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총선, 지자체 구애 경쟁 뜨겁다

  • 입력 2009년 8월 13일 02시 59분


“박빙승부… 지지선언 받고보자”
민주-자민 등 공약수정 잇달아

일본 지방자치단체장들이 8·30 총선에 적극 뛰어들며 영향력을 행사하자 주요 정당은 공약을 수정하면서까지 지자체 요구를 수용하는 등 낮은 자세로 임하고 있다. 지자체 앞에서 몸을 낮추는 일본 정당의 모습은 이번 총선에서 처음 나타난 특징이다. 정권 쟁탈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에 정당으로선 영향력 있는 지자체장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고, 이 틈을 타 지자체장들은 중앙을 향한 발언권을 한껏 높이고 있다.

스타 변호사 출신으로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지사 등 5명의 광역·기초단체장으로 구성된 ‘수장연합’은 11일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공약이 자민당보다 낫고, 정권교체를 통해 국가의 모습을 바꾸는 데 일조하고 싶다는 게 이유였다. 광역단체와 비슷한 권한을 가진 ‘18개 대도시 시장연합회’도 이날 자민당 민주당 공명당의 지방분권 공약 평가 결과를 공개하며 사실상 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민주당 54.5점, 공명당 50.2점, 자민당 49.5점이었다.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총리실 직속으로 막강한 권한의 국가전략국과 행정쇄신회의가 신설되는데, 여기에 지방대표 몫을 배정하겠다는 공약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에 앞서 47개 광역단체장 모임인 전국지사회는 9일 경제계 노동계 연구소 등이 주최한 공약검증대회에 참가해 자민당 60.6점, 민주당 58.3점이라는 자체 채점 결과를 공개했다. 전국지사회는 7일엔 자민당 민주당 공명당의 정책책임자를 한자리에 불러놓고 각 당의 공약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기도 했다. 여기서 몇몇 지사는 정당 간부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따지듯이 질문 공세를 퍼부었고, 정당 간부들은 공약을 설명하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TV를 통해 국민에게 전달됐다.

지자체장들의 위력은 즉시 효과를 발휘했다. 민주당이 11일 “중앙정부와 자치단체의 협의기구를 법률에 근거해 설치한다”는 내용을 공약에 추가한 것. 지난달 27일 발표한 공약에는 이런 내용이 없었으나 곧이어 공개된 자민당 공약에 ‘중앙정부와 자치단체 협의기관 설치 법제화’가 들어가자 지자체장들이 둘을 비교하면서 민주당을 공격했고, 민주당이 부랴부랴 공약을 수정한 것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은 ‘중앙·지방 협의체’ 공약을 민주당이 뒤늦게 베꼈는데도 일부 단체장이 공개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하고 나섰다며 반발했다. 특히 자민당과 공명당의 지원을 받아 지사 선거에서 당선한 하시모토 오사카 지사에 대해선 “이길 것 같은 쪽에 무임승차하려는 행태”라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중앙·지방 협의체 설치’, ‘2017년까지 도주(道州)제 도입’ 등 단체장을 의식한 공약을 여러 건 내놓았던 자민당은 허탈해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이다.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11일 “민주당과 자치단체는 지향점이 같기 때문에 서로 협력하면서 지방분권을 확실히 실천해 나가겠다”며 자치단체를 향한 구애 활동을 더욱 강화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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