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최악 태풍피해는 人災”

  • 입력 2009년 8월 12일 03시 00분


정부 허술한 대처 비난 쏟아져
산사태로 600명 매몰 피해늘듯

제8호 태풍 ‘모라꼿’으로 1959년 이래 최악의 피해가 발생한 대만에서 정부의 대처가 허술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수재로 11일 구조헬기가 실종되는 등 이날 오전 현재 41명이 숨지고 60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부 가오슝(高雄) 현의 한 산골마을에서는 무려 600여 명이 산사태로 한꺼번에 매몰된 것으로 알려져 피해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양추싱(楊秋興) 가오슝 현장은 해외출장에서 급히 돌아와 10일 산사태 현장을 찾았다. 주민들은 “현장이 없으면 구조도 하지 않느냐”며 분노를 쏟아냈다. 산사태 징후를 당국에 알렸는데 예비조치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상당수 지역이 수몰된 남부 핑둥(屛東) 현 주민들도 수몰 위기에 몰려 긴급 구조를 요청했으나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책임소재를 둘러싼 설전도 벌어졌다. 핑둥 현 정부는 재난발생 직후 중앙정부에 긴급지원과 지시를 요청했지만 중앙정부의 지시가 늦어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앙정부는 즉각 대피명령을 내렸는데 지방정부가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중앙과 지방정부가 모두 재난대처능력이 함량미달”이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있다.

강수량 예측에 실패한 기상 당국과 물 관리 당국도 비난의 화살을 맞고 있다. 수륙양용이라며 수해 현장에 급히 투입된 ‘장갑차’가 급류를 막는 데 제 역할을 못했다며 군 당국도 비난받고 있다. 이번 수재로 마잉주(馬英九) 총통이 최대의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고 홍콩 밍(明)보가 10일 전했다.

한편 모라꼿은 대만에 이어 중국 푸젠(福建) 등 4개 성을 강타해 10명 안팎의 인명피해와 약 900만 명의 이재민을 내고 세력이 약화된 채 황해(서해) 해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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