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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7월 3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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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하버드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시절 학자금으로 4만2753달러를 대출했다. 부인 미셸 여사 또한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기까지 4만762달러를 빌려야 했다. 부부가 학자금 융자를 모두 상환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이 로스쿨을 졸업한 지 13년 만인 2004년, 그의 나이 43세 때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1979년 로스앤젤레스 옥시덴털대 1학년 때 전액 장학금을 받았다. 그러나 그 이후엔 학자금을 모두 대출로 충당해야 했다. 외조부모가 약간의 도움을 줬을 뿐이었다. 미셸 여사도 프린스턴대 시절 근로장학생으로 일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1992년 결혼한 부부의 학자금 대출액은 8만 달러가 넘었다. 미셸 여사는 로펌에서 일했고 오바마 대통령은 시카고대 로스쿨에서 전임강사로 일했지만 상환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셸 여사는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우리가 로스쿨을 졸업했을 때 매달 갚아 나가야 할 학자금 빚이 주택담보대출 상환금보다도 많았을 정도”라고 밝혔다. 1996년 오바마 대통령이 상원의원에 당선됐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부부가 간신히 학자금 상환을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저서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인세 수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새로운 대권 주자로 주목받으면서 1995년 출간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이 인기를 끌었다. 책 출판 계약금과 인세 수입으로 2004년 1월 마침내 마지막 대출금을 상환했다. 2009년 세금신고를 보면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과 2006년 출간된 ‘담대한 희망’의 인세 수입이 247만9648달러에 이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한때 우리 가족은 푸드스탬프(식량 배급 쿠폰)에 의존한 적도 있지만 학자금 대출과 장학금의 힘으로 학교를 다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0일 새로운 학자금 대출 제도를 설명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 교육을) 하도 얘기해서 (경위를) 물었더니 부모들의 교육열에 감동받은 것 같더라”라고 말했다. 43세가 돼서야 대출금을 갚을 수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여러 의미에서 한국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부러웠을지 모른다.
남윤서 기자 baron@donga.com
최두희 인턴기자 연세대 영문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