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앞둔 日여야, 인기 지자체장에 추파

  • 입력 2009년 6월 26일 02시 51분


일본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총선을 앞두고 중앙정치에 부쩍 눈을 돌리고 있다. 주지사 출신 대통령이 상당수 배출되는 미국과 달리 일본 지자체장은 그동안 중앙정치와는 비교적 거리를 유지해온 점에 비춰볼 때 이례적이다.

최근 중앙 정치무대에 파문을 몰고 온 지자체장은 개그맨 출신의 히가시코쿠바루 히데오(東國原英夫) 미야자키(宮崎) 현 지사. 그는 최근 차기 중의원의원 출마를 권유한 고가 마코토(古賀誠)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에게 “나를 총재 후보로 삼을 각오가 돼 있느냐”고 말해 가뜩이나 지지율 추락으로 신음하는 자민당을 곤경에 빠뜨렸다. 그는 24일엔 “지방을 살리기 위해 중앙에 진출하고 싶다”며 중의원의원 출마에 강한 의욕을 보였고 25일엔 “자민당의 개혁파는 꼭 궐기해주길 바란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원래부터 높은 대중적 인지도에다 성실한 지사 활동, 지방분권과 관련한 소신발언으로 전국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젊은 지자체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오사카(大阪) 지사와 나카다 히로시(中田宏) 요코하마(橫濱) 시장은 24일 도쿄(東京)에서 만나 “차기 총선에서 마음 맞는 지자체장들끼리 그룹을 형성해 지지 정당을 밝히자”며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지방분권을 확대하겠다는 정당을 지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 그룹에는 수십 명의 지자체장이 동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지자체장들은 고속도로건설 등 국가직할사업에 대한 지자체의 분담금 배분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첨예한 갈등을 빚는 등 지방행정 차원을 넘어 활동 영역을 넓혀왔다.

이들이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중앙정치 활동을 공개적으로 벌임에 따라 정치 불신에 시달리는 기존 정당에 커다란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자체장들이 이처럼 중앙정치에 고개를 내미는 것은 과거와 달리 승부를 점치기 힘들어진 총선에서 이기기 위해 인기 지자체장에게 기대려는 여야 정당과 이 기회에 중앙정치에 대한 영향력 확대 및 중앙정치 진출을 도모하려는 일부 지자체장의 생각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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