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 WTO에 中 첫 제소

  • 입력 2009년 6월 25일 02시 56분


“천연광물 수출 제한은 규정 위반” 주장

中 “가금류 수입금지 조사해야” 맞대응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천연광물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미 무역대표부 론 커크 대표는 23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계의 주요 천연광물을 공급하는 중국이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국제 무역규칙에 어긋난다”며 “중국을 WTO에 제소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중국을 WTO에 제소하기는 처음이다.

EU 집행위원회도 이날 “중국이 쿼터제, 수출세 인상, 수출가격 하한제 등의 조치를 통해 천연광물 수출을 제한해 WTO 규정 위반으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EU와 미국이 이의를 제기한 품목은 보크사이트, 코크스, 망간, 탄산마그네슘, 탄화규소, 아연 등이다.

커크 대표는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는 광물을 원료로 쓰는 중국의 화학 철강 알루미늄 등 산업에 엄청난 이점을 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통상담당 집행위원도 “중국이 천연광물 수출을 제한해 가격이 올라감에 따라 경제난으로 어려운 외국 기업들의 고통이 더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EU는 중국이 2001년 WTO에 가입하면서 수출관세 등을 폐지하겠다고 했음에도 철강 반도체 항공기 제작에 필요한 천연광물에 한해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2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주요 광물 수출제한은 환경보호를 위한 조치이며 WTO 규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상무부는 미국과 EU의 제소에 대해 WTO가 정한 무역분쟁 해결 절차에 따라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한 철강업계 전문가는 “일부 천연광물은 수출을 위해 가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돼 환경오염이 문제되는 측면도 있다”며 “하지만 중국에서 주로 생산되는 천연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것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한 당연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중국은 미국의 중국산 가금류 수입금지 조사를 WTO에 요청해 맞불 작전을 폈다. 양국은 2004년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때 서로 가금류 수입을 금지했다가 이후 중국은 해제했으나 미국은 아직도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고 중국 측은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4일 “미국과 EU가 각각 중국을 같은 내용으로 WTO에 제소한 것은 그만큼 사안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이어 “미국은 지금까지 중국이 홍수처럼 많은 제품을 수출한다며 문제를 삼았는데 ‘수출이 적다’며 제소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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