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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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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허위출석-편법학점 묵인 일부 학생들 ‘공부보다 돈벌이’
소재 불명 외국인 유학생… 중국 출신이 80% 차지
법무부 9개大 비자 중단
2007년 수도권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온 중국인 유학생 유모 씨(22)는 한국에 온 지 1주일 만에 서울 강남의 유흥업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새벽 5시에 일이 끝나는 경우도 많았고 이런 날은 수업에 빠졌다. 출석 미달로 인한 제적을 피하기 위해 유 씨는 인터넷을 통해 가짜 진료확인서를 구한 뒤 학교에 제출해 결석 처리를 면했다. 유 씨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장당 6만 원을 받고 가짜 진료확인서를 만들어 팔다 16일 경찰에 붙잡혔다. 유 씨는 “교수에게 진단서를 내면 다른 확인 절차는 거치지 않고 결석을 지각으로 바꿔줬다”고 진술했다.
중국인 유학생이 6만 명이 넘을 정도로 크게 늘고 있지만 일부 대학이 부족한 신입생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들은 입학 과정에서부터 편법을 동원하고 입학한 뒤에는 불법 취업을 위해 잠적하거나 범죄에 연루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 편법 난무, 부작용 속출
충북 청주시 청주대 앞 A 생맥주집의 주인은 청주대 1학년 중국인 유학생. 그는 “저녁에 수업이 없을 때만 가게에 와서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불법이다. 바로 옆에 있는 세탁소 주인은 “그 사장이 학생이었느냐”며 “오후 2시면 문을 열고 새벽까지 장사를 하는데 공부는 언제 하느냐”고 물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돈벌이에 나서는 데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학점을 주는 대학의 허술한 학사 관리도 한몫하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은 출석만 해도 높은 성적을 주거나 시험을 보지 않아도 학점을 준다. 충북지역의 사립대 4학년에 재학 중인 한 중국인 유학생(25)은 한국 유학 4년째지만 한국말이 서툴러 강의를 절반 정도밖에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평균 학점은 4.5점 만점에 3점대 초반. 그는 “적당히 출석하고 시험도 대충 적는 시늉을 하면 C학점 이상은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대학의 ‘말 못할 고민’
대학들은 학사 관리를 엄격하게 하면 학점을 제대로 취득하지 못한 유학생들이 학교를 그만둘까봐 대충 학점을 주고 있다. 일부 대학은 학칙을 어기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북의 한 대학은 중국인 유학생 5명의 입국이 늦어져 출석 일수가 부족하자 출석부를 허위로 기재했다가 지난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대학들이 유학생들이 이탈할 것을 걱정하는 이유는 유학생 1인당 연간 500만∼600만 원의 등록금이 줄어드는 것 외에도 여러 가지 불이익이 따르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소속 학생들이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은 9개 대학에 대해 유학 비자 발급을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해당 대학은 외국인 유학생을 더는 받을 길이 없어졌다.
법무부와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각 대학을 통해 소속 외국인 유학생의 이탈 신고를 접수한 결과 총 1587명의 외국인 유학생의 소재가 불분명해진 것으로 신고됐다. 이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이 1264명으로 80%를 차지했다.
○ 지방대와 유학생 이해관계 맞아
중국인 유학생이 급증하는 것은 우리나라 대학과 중국인 유학생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서울의 주요 대학은 국제화와 대학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 정원 채우기가 힘든 지방 대학은 돈 때문에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적극 나선다. 일부 지방 대학은 한국어능력시험 3, 4급 등 자격 기준을 두고 있지만 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도 입학이 가능하다. 성적표가 없는 경우 교수 추천서로 대체하거나 중국 현지에서 자체 시험을 실시해 입학 가능한 성적표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일부 지방 대학들은 유학원에 등록금의 3%를 수수료로 내면서까지 취업을 원하는 중국인 유학생들을 유치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중국 유학생들은 학비가 싸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대기업 취직에 유리하다는 생각에서 한국 대학 문을 두드린다. 등록금을 내더라도 한국에서 취업을 하는 게 더 돈벌이가 된다는 생각에 한국으로 오는 학생들도 있다. 상명대 중국인유학생회 회장 관스차오 씨(27)는 “여학생은 ‘동방신기’가 좋아서, 남학생은 성적 미달로 중국 대학에 못 가서 한국으로 오는 경우가 많다”며 “오는 이유는 다르지만 목표는 대부분 한국 기업에 취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