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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6월 18일 10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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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가 1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결과에 항의하는 시위를 '불법'이라 규정하고 이에 대한 취재를 원천 봉쇄하자, 이란은 물론 전 세계의 누리꾼들이 온라인 인맥 구축 사이트인 '트위터'와 '페이스북', 사진 공유 사이트 '플리커',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 등을 무기로 실상 알리기에 나선 것.
누리꾼들은 거리 시위에 나섰다가 이란 군경의 총격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의 사진을 포함, 이란의 현실을 고발하는 각종 콘텐츠를 인터넷에 올렸다.
또, 일부 누리꾼들은 이란 군 당국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영국 일간 이브닝 스탠더드 인터넷판이 17일 전했다.
누리꾼들은 트위터, 플리커 등을 통해 각종 이미지와 동영상을 실어 나르는 것은 물론, 자신이 사용하는 웹 계정의 지역 및 시간 설정을 바꿔 자국 내 '불온 누리꾼'을 색출하려는 이란 사법당국의 수색 작전을 방해하는 '교란 작전'도 구사하고 있다.
이들은 또 이란 누리꾼들을 위해 프록시 서버(proxy server)를 구축하자는 운동도 벌이고 있다. 프록시 서버란 개별 인터넷 사용자와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중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서버로, 인터넷 이용자가 프록시 서버를 사용해 특정 사이트에 우회 접속할 경우 관리자는 개별 이용자의 접속 경로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이란 정부를 향한 '사이버 대전'에는 웹사이트 운영업체들도 한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
파일 공유 사이트인 '파이어리트 베이(Pirate Bay)'는 17일 누리꾼들의 사이버 전쟁을 돕기 위해 자사의 인터넷 통신망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어리트 베이 측은 이를 위해 'iran.whyweprotest.net'이라는 주소를 사용하는 전용사이트를 개설했다. 이 사이트는 이용자의 접속 지역 및 경로 파악을 어렵게 하기 위해 철저한 익명시스템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트위터는 애초 15일로 예정했던 시스템 점검 일정을 늦추는 방식으로 누리꾼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시스템 점검에 착수할 경우 몇 시간 동안은 웹사이트 이용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 당분간 시스템 점검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트위터의 이 같은 결정에는 미 국무부 고위 관리의 '부탁'도 한몫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17일 트위터의 역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눈길을 끌었다.
클린턴 장관은 "미국은 '표현의 자유'라는 원칙을 열렬히 지지하며, 표현의 자유가 증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트위터도 하나의 표현 수단이기 때문에 트위터를 이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밝혔다.
클린턴 장관은 또 "다른 정보 입수 경로가 마땅치 않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소통 경로를 열어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누리꾼들이 연일 이란 관련 '최신 뉴스'를 쏟아내면서, 이란 당국의 취재 금지 통보에 가로막힌 외신들은 '누리꾼 통신'을 인용하고 있다.
미 CNN을 비롯, 영국 일간 더 타임스, BBC, 영국 위성 채널 스카이 뉴스 등이 트위터, 페이스북 등에 게재된 콘텐츠를 이용해 이란의 근황을 보도하고 있는 것.
일각에서는 언론사가 출처 확인도 없이 누리꾼의 '작품'을 보도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한 비판도 있지만, 언론사들은 인터넷 취재야말로 취재 통로가 가로막힌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