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선거 ‘우향우’… 보수에 경제를 맡겼다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경제 악화 영향… 주요국 사회주의 정당 쓴맛

규제중시 정책 퇴조 전망… 韓-EU FTA 청신호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파 정당들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회주의 성향의 정당들을 크게 압도했다.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집권 사회주의 정당이 모두 중도우파 야당에 패배했고, 독일 대연정 소수 파트너인 사민당과 프랑스 제1야당인 사회당도 쓴맛을 봤다. 또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헝가리에서는 극우 정당이, 영국에서는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민족주의 정당이 약진했다.

사회주의 정당이 위기에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극좌파나 녹색당에 표를 빼앗기고 경제 악화로 각국에서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화된 것이 그 이유로 분석된다. 유럽의회에서 좌파정당의 퇴조는 규제를 중시해온 유럽의 추세에도 변화를 가져와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선거는 EU 27개국이 젊은이의 투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약 3억8800만 명의 유권자 가운데 43.1%(약 1억6700만 명)만이 투표에 참가해 역대 최저투표율을 기록했다.

유럽 대부분 사회주의 정당 후퇴

유럽의회에서는 각국 정당이 성향이 맞는 정당끼리 모여 하나의 유럽 당을 형성하는데 크게 중도우파와 사회주의 성향의 정당이 분점하고 있다. 아직 최종 집계가 나온 것은 아니지만 이번 선거에서 중도우파 성향의 유럽국민당 및 유럽민주당(EPP-ED)은 267석을 차지해 압도적 우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됐다. 유럽의회 총 736석 중 차지하는 비중이 36.3%로 기존의 36.7%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유럽사회당(PES)은 겨우 159석을 차지해 비중이 기존의 27.6%에서 21.6%로 6%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독일, 우파 보수 연정 눈앞

독일에서는 집권 대연정의 다수 파트너인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야당인 친(親)기업적 자민당(FDP)의 득표율 합계가 50%에 육박해 9월 총선 뒤 보수 연정의 탄생을 예고했다. 이번 선거에서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기사당 연합의 득표율은 2004년 선거 때의 44.5%보다 6.6%포인트나 낮아진 37.9%에 그쳤다. 하지만 여전히 압도적인 제1당의 지위는 유지했다. 더구나 기민당이 가장 선호하는 연정 파트너인 자민당 지지율은 4.1%포인트나 상승한 11%로 집계됐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우파 승리

프랑스에서는 집권 대중운동연합(UMP)이 야당인 사회당(PS)을 누르고 승리했다. 프랑스 사회당은 녹색당과 같은 16%대의 득표율로 사실상 2위 자리를 내준 것이나 다름없는 치욕적인 패배를 맛봤다. 이탈리아에서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연합이 그의 10대 여성 모델과의 스캔들에도 야당인 중도좌파연합에 승리했다. 스페인에서는 보수 야당인 국민당이 43.03%를 얻어 38.66%를 얻은 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가 이끄는 집권 사회당을 압도했다. 포르투갈에서도 우파 야당인 사회민주당이 조제 소크라테스 총리가 이끄는 집권 사회당을 눌렀다.

동유럽서도 우파 돌풍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동유럽 국가 중 처음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민 헝가리에서도 야당인 우파 피데스는 50%를 넘는 의석을 확보해 집권 사회당에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체코에서는 최근 권력을 내준 우파 시민민주당이 중도파의 지지를 얻어 라이벌인 사회민주당을 다시 따돌렸다. 슬로베니아의 보수 야당인 슬로베니아민주당은 중도좌파를 이끄는 사회당에 9%포인트가량 앞섰다.

다만 그리스에서는 중도우파 성향의 집권 신민당(ND)이 제1야당인 사회당(PASOK)에 선두 자리를 내줬다. 스웨덴과 덴마크에서도 사민당이 우세를 차지했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극우파 약진

오스트리아 선거에서 극우 자유당은 13.1%의 득표율로 2004년보다 2배 이상 많은 표를 얻었다. 자유당의 ‘자매정당’인 ‘오스트리아 미래를 위한 동맹(BZOe)’이 얻은 득표율(4.6%)을 고려하면 오스트리아 극우정당이 기록한 득표율은 18%에 이른다.

네덜란드에서도 반(反)이슬람주의를 내건 극우정당 자유정당(PVV)이 16.9%의 득표율로 약진했다. 헝가리의 극우정당인 ‘더 나은 헝가리를 위해(Jobbik)’도 15%의 표를 얻으며 3석을 확보했다.

::유럽의회::

유럽의회는 주권국가의 의회와는 달리 자체적인 법안발의권을 갖지 못하고 단지 EU 집행위원회가 발의한 법안에 대해 찬반 표결만 한다. 따라서 입법 기능보다는 EU 각 기관에 대한 감독 통제의 역할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수천 명의 기자가 상주하고 있는 유럽의회는 구속력 없는 결의안이나 청문회를 통해 간접적인 유럽 여론의 형성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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