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노동당 득표율 15.7%… 100년만의 역사적 대패

  • 입력 2009년 6월 9일 02시 54분


유럽의회 선거 참패… 진땀 흘리는 ‘英 노동당’ 8일 개표한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 선거 100년 역사상 노동당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고든 브라운 총리가 런던 동부 스트래트퍼드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에서 눈을 감은 채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브라운 총리는 당내 반대파 의원들로부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런던=DPA 연합뉴스
유럽의회 선거 참패… 진땀 흘리는 ‘英 노동당’ 8일 개표한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 선거 100년 역사상 노동당 최악의 지지율을 기록한 고든 브라운 총리가 런던 동부 스트래트퍼드에서 열린 노동당 회의에서 눈을 감은 채 깊은 시름에 잠겨 있다. 브라운 총리는 당내 반대파 의원들로부터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퇴진하라는 거센 압력을 받고 있다. 런던=DPA 연합뉴스
브라운 총리 거센 사임압력

“영국 노동당의 역사적인 대패.”(BBC) “100년 만의 노동당 최악의 선거 결과.”(AP)

8일 개표된 유럽의회 선거 결과 영국의 집권 노동당이 사상 최악인 15.7%의 지지율로 3위를 기록해 고든 브라운 총리(사진)가 거센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노동당이 전국 단위 선거에서 15%대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은 1910년대 이후 처음이다. 노동당은 전통적 기반이었던 웨일스에서도 보수야당에 1위를 내주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보수야당이 27.7% 득표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유럽연합(EU) 탈퇴를 요구하는 극우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이 2위(16.5%)를 차지했다.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이런 추세라면 내년 총선에서 보수당이 의석의 절반(323석)에서 34석을 더 차지해 다수당이 되고, 노동당은 2005년에 얻은 350석의 40%인 140석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동당은 4일 실시된 지방의회 선거에서도 34개 카운티 의회 가운데 한 곳도 건지지 못했다.

이렇듯 노동당이 선거에서 잇달아 참패한 것은 한 달 넘게 영국 하원을 휩쓴 ‘주택수당 부당청구 스캔들’ 때문이었다. 의원들이 자신의 주택비용을 혈세에서 과다하게 청구했다는 언론의 폭로 이후 마이클 마틴 하원의장이 영국 의회 역사상 314년 만에 처음으로 사퇴를 발표했고, 여야 의원 20여 명이 차기 총선 출마를 포기했다. 브라운 총리의 리더십으로는 더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집권 노동당은 자중지란에 빠졌다. 헤이즐 블리어스 지방자치단체장관, 제임스 퍼넬 노동연금장관 등 10명의 현직 장관이 사직서를 내면서 총리에 대한 인신공격까지 퍼부어댔다.

그러나 브라운 총리는 5일 장관 10명에 대한 개각을 단행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했다. 로드 만델슨 사업부 장관도 “노동당이 이번 집권기간에 토니 블레어, 고든 브라운 총리에 이어 세 번째 총리를 내세운다면 조기 총선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며 반대했다. 현 상황에서 조기총선을 실시하면 노동당이 참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타임스는 8일 “조기총선을 할 수 없는 올가을까지 냉각기를 거친 뒤 브라운 총리가 사퇴하는 방안에 대해 노동당 내부에서 깊은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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