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가엔 아소 쪼는 ‘두 비둘기’가 있다

  • 입력 2009년 6월 8일 02시 50분


형 민주당 대표 선출 이어
총무상 동생도 반기 들어

일본의 아소 다로(麻生太郞) 내각이 비둘기 두 마리의 협공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비둘기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62) 민주당 대표와 하토야마 구니오(鳩山邦夫·60) 총무상 형제 이름의 하토(鳩·비둘기) 때문에 붙은 말이다. 형은 5월 16일 민주당 대표에 선출된 후 아소 내각을 강하게 공격하면서 지지율을 역전시켰다. 민주당이 차기 총선에서 이기면 그는 총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소 총리는 하토야마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의 상승세 때문에 국회해산 시기 선택을 주저하고 있다.

동생은 현재 아소 내각을 뒤흔들고 있는 일본우정회사 니시카와 요시후미(西川善文) 사장 연임 문제의 핵이다. 일본우정 문제를 담당하는 각료인 그는 우정민영화의 상징적 인물인 니시카와 사장에 대해 “직을 걸고 연임에 반대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민영화 과정에서 추진한 자산 헐값매각 등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반면에 아소 총리를 비롯한 여권의 다수는 니시카와 사장이 개혁을 철저히 하는 조건으로 연임을 허용하자는 의견이다. 일본우정의 지분은 정부가 100% 갖고 있다.

난처한 쪽은 아소 총리다. 하토야마 총무상이나 니시카와 사장 중 양자택일의 처지에 몰렸지만, 어떤 선택이든 여권의 극심한 분열로 이어질 게 뻔하기 때문.

하토야마 총무상은 아소 총리를 지지하는 의원모임인 ‘다로회’의 회장을 맡을 정도로 정치적 맹우이지만, 니시카와 사장 문제만은 “총리와 의견이 다르더라도 어쩔 수 없다”며 강경 일변도다. 아소 총리가 니시카와 사장 연임을 최종 결정할 경우 하토야마 총무상이 사퇴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여권의 분열은 물론이고 자칫 정계개편의 불씨가 될 수도 있다. 정치권에서는 니시카와 사장의 퇴진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은 점과 ‘하토야마 형제’의 돈독한 우애 등을 들어 ‘동생 하토야마’가 정계개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반면에 아소 총리가 니시카와 사장을 퇴진시킬 경우 우정민영화를 최대의 치적으로 삼고 있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전 총리 세력이 강력 반발할 게 뻔하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우정민영화 추진을 명분 삼아 2005년 중의원을 해산했으며 그 동력으로 총선에서 대승했다. 그는 2월에도 아소 총리가 우정민영화 정책을 비판하자 당을 위기로 몰아갈 정도로 반발한 적이 있어서 니시카와 사장이 퇴출될 경우 당은 전현직 총리 세력 간의 극심한 분열 양상으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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