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화로 출간금지…中, 사상-언론탄압 ‘학정’ 수준”

  • 입력 2009년 6월 2일 02시 59분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공개서신을 블로그에 띄워 파문을 일으킨 베이징대 샤예량 교수는 최근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 중앙선전부는 사상과 출판 자유에 대한 통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중국 당국을 비판하는 공개서신을 블로그에 띄워 파문을 일으킨 베이징대 샤예량 교수는 최근 자택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당 중앙선전부는 사상과 출판 자유에 대한 통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블로그 통해 당국 비판 샤예량 베이징대 교수 인터뷰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사상 탄압을 중단하라. 국민의 억울함이 쌓이는 정치는 학정이다.’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20주년을 앞두고 중국 당국이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최고 명문 베이징(北京)대 경제학부 샤예량(夏業良·50) 교수가 지난달 중순 자신의 블로그에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앞으로 보내는 공개서신 형식으로 이 같은 내용의 글을 잇달아 올렸다. 그의 글은 명문대 교수가 직접 공산당의 이데올로기 담당 최고급 간부에게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계와 학계에 적잖은 파문을 일으켰고 예상대로 즉각 삭제됐다. 중국 지식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샤 교수를 지난주 하이뎬(海淀) 구 보야시위안(博雅西園) 아파트 자택에서 만났다.

―정월 대보름 축제 때 폭죽 불꽃놀이 과정에서 신축 중인 중국중앙(CC)TV 사옥 일부가 불탄 것을 계기로 중선부장에게 사과하고 사퇴하라고 포문을 열었다. 방송국 화재가 중선부장 책임인가.

“올해로 세 번째인 이런 대규모 불꽃놀이 행사는 중선부 허가 없이는 할 수 없다. 중선부장에게 화재 책임을 물은 것은 특정인을 사퇴시키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중선부가 지금까지 줄곧 그리고 점점 더 심하게 중국의 사상과 언론의 자유를 통제해 온 것을 비판하고자 한 것이다. ‘나 중선부 사람인데 이 책은 출판 불가능해’라는 전화 한 통화로 책 한 권 마음대로 내지 못한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나 출판사는 그가 중선부의 어느 부서 사람인지, 왜 출판을 못하는지도 모르고 감히 물어보지도 못한다. 고양이 앞의 생쥐인 셈이다.”

―공개서신에서 중선부장의 학력이 낮고 책도 별로 안 읽었다는 등 매우 공격적인 표현이 많다.

“지금 중국의 지식인들은 사상 통제에 더는 참을 수 없는 지경이다. 중국말에 ‘토끼가 급하면 사람을 물고, 개가 급하면 담장을 넘는다’는 말이 있다. 심약한 사람도 업신여기는 말을 들으면 반항한다. 이렇게 심하게 말하지 않으면 상대해주지 않는다. 지식인은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만 해서는 안 되고 억눌린 분노를 화산처럼 표출해야 한다.”

―공개서신 중 ‘베이징대가 이미 중선부의 통제하에 있다’고 한 말은 무슨 뜻인가.

“사상 학술 언론 출판의 자유에 대한 통제로 베이징대가 마치 중앙당교 같다. 베이징대가 유명한 것은 새롭고 선진적인 사상이 시작된 곳이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사상도 베이징대서 시작돼 전파됐다. 5·4운동 당시 차이위안페이(蔡元培) 총장은 ‘사상의 자유와 모든 것의 포용’을 교훈으로 내세웠다.”

―공개서신 발표 후 중선부나 대학 당국의 반응은….

“대학 고위층이 불러 ‘이 사안은 매우 엄중한 일이며 이렇게 고위층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화가 나서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은 ‘당신은 그저 훌륭한 교수로서 학생이나 잘 가르치고 학문 연구나 잘하면 된다’고 했다.”

―몇 년 전에도 베이징대 자오궈뱌오(焦國標) 교수가 중선부를 비판하다가 교수직을 박탈당하는 등 주로 베이징대 교수들이 정부나 당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베이징대는 상징적인 의의가 있다. 베이징대 사람이 안 일어서면 모든 사람이 희망이 없다고 할 수 있다. 내가 공개서신을 발표한 후 많은 사람이 ‘베이징대가 아직 희망이 있다, 아직도 이런 교수가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다. 베이징대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샤 교수가 서재 겸용으로 쓰는 거실에는 부인과 아들 등 세 명이 다정하게 찍은 가족사진이 여러 장 놓여있었다. 이번 공개서신 파동으로 어떤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됐다.

―자오 교수의 사례에 비추어 보면 교수직을 박탈당할 가능성도 있는데….

“나는 가능하다면 평생 베이징대에서 교수로 일하고 싶다. 하지만 할 말은 해야 한다. 상황이 좋아지기 위해서는 누군가는 희생하고 대가를 치러야 한다. 역사상 많은 변혁은 모두 누군가의 희생을 불렀다.”

―블로그의 글 내용 중엔 중국 정치가 ‘학정’이라는 표현도 있다. 그 정도인가?

“학정이란 사상적으로 사람을 속박하고 억제하고, 경제적으로 빈번히 재산을 빼앗는 등 백성들의 삶을 파괴하는 것이다. 중국에는 너무 많은 억울한 사건들이 있고 백성들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나 관(官)에서는 권력이 있는 자를 보호하고 백성들은 보호하지 않는다. 중국의 법률 체계는 혼란스럽고 매우 불공평하다. 개혁 개방 이후 30년 동안 중국의 경제가 발전하고 생활이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빈부격차는 더욱 커지고 권력이 있는 자는 더 치부가 심해진다. 사회가 대다수는 고생은 많이 하고 돈은 벌지 못하는데 소수는 집에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상황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것을 두고 ‘학정’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곧 6·4 사태 20주년이다. 어떻게 평가하나.

“학생들의 시위 목적은 공산당을 전복해 사회를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것이 아니었다. 당시의 가장 큰 구호 중 하나는 반부패였다. 서로 충돌이 격해지면서 고위층에서 학생들이 공산당과 국가를 전복하려는 것으로 인식해 참극이 벌어졌다. 당국은 손에 쇠붙이 한 조각 들고 있지 않은 학생들을 향해 발포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이 사건이 죄악임을 인식해야 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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