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톨릭, 오바마 노터데임大 초청 싸고 서명 등 내홍

  • 입력 2009년 5월 13일 02시 54분


“낙태 찬성 대통령 졸업축사 반대”

“낙태 찬성론자인 대통령의 졸업식 축사를 반대한다!”

17일로 예정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인디애나 주 노터데임대 졸업식 축사를 둘러싸고 미국 가톨릭계가 내홍에 휩싸였다. 가톨릭계인 노터데임대가 현직 대통령을 졸업 연사로 초청하는 것은 오랜 전통이지만 낙태와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찬성하는 대통령이 초청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AP통신에 따르면 대통령의 졸업식 참석계획이 알려진 3월 이후 보수적인 가톨릭 사제들과 단체들이 오바마 초청반대 온라인 청원운동을 벌여 이미 35만8000명이 서명했다. 청원을 낸 가톨릭단체 카디널 뉴먼 소사이어티는 “오바마 대통령 초청은 ‘가톨릭의 근본 도덕원칙에 반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예우해서는 안 된다’는 2004년 주교칙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이먼드 버크 주교도 “오바마 대통령이 반(反)생명, 반가족적 의제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노터데임대의 오바마 초청은 ‘스캔들’이라고 비난했다.

반면에 노터데임대의 일반 학생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참석에 열광적인 기대를 갖고 있다고 전한다. 미국 코네티컷 주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연구소가 4월 실시한 바에 따르면 백인 가톨릭 신자인 응답자 중 57%가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며 부정적 평가는 33%였다. AP는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가톨릭계 히스패닉 사이에서도 대통령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5월 첫째 주 목요일 ‘국가 기도의 날’에 전통적으로 열어 온 백악관 기도회를 열지 않아 개신교 복음교파 지도부에게도 비난을 샀다. 백악관 측은 “특정 종교의 행사를 백악관이 국가기도회라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것은 종교 간 차별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