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아들에 빛 된다면…” 마라톤 7시간 완주 母情

  • 입력 2009년 4월 28일 02시 55분


영국 모델 케이티 프라이스(왼쪽)가 26일 열린 런던마라톤 대회에서 남편인 가수 피터 안드레의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 아들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이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닷컴
영국 모델 케이티 프라이스(왼쪽)가 26일 열린 런던마라톤 대회에서 남편인 가수 피터 안드레의 손을 잡고 절뚝거리며 걷고 있다. 그는 시각장애인 아들 사진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입고 이 대회에 참가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닷컴
모델 케이티 프라이스

무릎부상 딛고 성공

26일 영국에서 열린 2009 런던마라톤대회. 출발선을 떠난 지 7시간여 만에 왼쪽 다리에 붕대를 감고 절뚝거리는 한 여성이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결승점을 통과했다. 모델 케이티 프라이스(31)였다. 그는 이날 시각장애를 앓는 아들 하비 군(6)의 사진을 옷에 프린트해 입고 달렸다.

프라이스는 “너무 고통스러웠지만 티셔츠의 아들 얼굴을 보니 그만둘 수 없었다. 완주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은 27일 한때 섹스 스캔들과 누드 사진 등으로 입방아에 올랐던 ‘섹시스타’ 프라이스의 마라톤 참가 배경, 완주 과정 등을 자세히 소개했다.

프라이스는 이날 남편인 가수 피터 안드레(36)와 함께 3만6000여 마라톤 참가자들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라이스는 시각장애 아동을 위한 자선단체 ‘비전’의 기금 마련을 위해 참가했다. 완주에 성공해야 기금을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몇 개월에 걸쳐 훈련도 했다. 프라이스는 지난주 무릎 부상으로 참가 포기를 고려하기도 했지만 결국 도전했다.

풀코스(42.195km)에 도전한 프라이스는 29km 지점에서 왼쪽 다리를 심하게 삔 뒤 바닥에 넘어졌다. 대회 진행요원과 시민들은 그가 경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남편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고 끝까지 도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드레도 아내의 뜻을 존중했다. 프라이스는 아픈 무릎에 붕대를 감고 다리를 절면서 남편의 손을 잡고 걷기 시작했다.

프라이스가 결승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37km 지점에서 다시 쓰러지며 위기를 맞았지만 부부는 결국 나란히 결승 테이프를 끊었다. 기록은 7시간 11분. 프라이스는 태어날 때부터 시각장애로 앞을 잘 보지 못하는 어린 아들 하비 군을 떠올리며 부상으로 인한 아픔을 이겨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들에게 희망의 빛을 주려는 모정으로 투혼을 발휘한 것이다.

남편 안드레는 “어떤 사람들은 우리 부부더러 ‘사진이나 찍으려고 좀 달리다 집에 갈 것’이라고 비아냥댔지만 결국 우리는 해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는 이날 완주로 총 25만 파운드(약 4억8975만 원)의 기금 마련에 성공했다고 영국 언론은 전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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