核잠수함 등 수십척… 中건국 이래 최대 관함식

  • 입력 2009년 4월 24일 03시 02분


첫 공개 잠수함 앞세우고…중국 산둥 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23일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 관함식 장면. 중국 핵잠수함 2척과 재래식 잠수함 2척에 이어 군함 25척이 줄을 지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제3세대 구축함 스자좡함 앞을 지나고 있다. 칭다오=EPA 연합뉴스
첫 공개 잠수함 앞세우고…
중국 산둥 성 칭다오 앞바다에서 23일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해군 창설 60주년 기념 관함식 장면. 중국 핵잠수함 2척과 재래식 잠수함 2척에 이어 군함 25척이 줄을 지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탑승한 제3세대 구축함 스자좡함 앞을 지나고 있다. 칭다오=EPA 연합뉴스
23일 오후 2시 20분 중국 산둥(山東) 성 칭다오(靑島) 연안에서 20여 km 떨어진 앞바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1개국 참관단과 함께 제3세대 구축함 스자좡(石家庄) 선상에 섰다. 우성리(吳勝利) 중국 해군사령관이 “준비를 마쳤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후 주석이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30년간의 개혁개방으로 지난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해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대양강국을 꿈꾸며 연 건국 이래 최대 해상 관함식은 이렇게 시작됐다.

관함식은 중국 해군에 대한 ‘분열식’과 외국 군함에 대한 ‘열병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분열식이 시작되자 중국이 처음 공개하는 잠수함 4척이 등장했다. 검푸른 바닷속에서 거대한 검은 물고기처럼 핵잠수함 창정(長征) 6호와 3호가 웅장한 모습을 반쯤 드러낸 채 다가왔다. 이들은 각각 ‘샤(夏)급 092형’과 ‘한(漢)급 091형’으로 20년 이상 운행된 구형 핵잠수함이다. 최신형 핵잠수함 ‘진(晋)급 094형’은 전력 노출을 우려한 듯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 재래식 잠수함인 창청(長城) 218호와 177호가 지나갔다. 잠수함에 이어 중국 군함 25척이 차례로 스자좡함 앞을 지나갔다. 갑판에 부동자세로 도열한 흰 제복의 중국 해군 장병들은 후 주석을 향해 일제히 거수경례를 했다. 후 주석이 이들을 향해 “동지들 안녕하십니까”라고 외치자 “인민을 위해 복무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이 우렁차게 돌아왔다. 하늘에는 31대의 각종 전투기가 9개 편대로 나뉘어 하늘을 갈랐고 조명탄 72발을 발사해 욱일승천하는 중국 해군의 위상을 보여줬다.

20분간 중국 군함에 대한 분열식이 끝난 후 스자좡함은 서서히 인근 해역으로 움직여 한국 등 14개국 21척의 군함 사이를 돌며 30여 분간 ‘열병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한국의 독도함(1만2000t급)과 최신예 구축함인 강감찬함(4500t급) 등 각국 군함이 참가해 ‘함정 올림픽’을 방불케 했다.

후 주석은 해상 열병식에 앞서 오전 정옥근 한국 해군참모총장과 게리 러프헤드 미국 해군 작전사령관 등 29개국 해군 대표단을 접견했다. 후 주석은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관계없이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군사력 확장 혹은 군비경쟁을 하거나 어느 국가에도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허셰(和諧·화해)해양을 주제로 한 이번 해군 활동은 각국 해군과의 교류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중국 해군력이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양 강대국과 어깨를 견주려면 앞으로 최소한 10년 내지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밝히는 등 대양강국을 지향하고 있어 주변국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러프헤드 미 해군 작전사령관은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는 의도가 불분명하다면 역내 일부 국가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딩이핑(丁一平) 중국 해군 부사령관은 “중국 해군은 전 세계와 지역, 해상 평화를 유지하는 데 계속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22일자 대만 일간지 중국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중국인이 다시 내전에 말려들면 인류에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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