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21개국 참관단과 함께 제3세대 구축함 스자좡(石家庄) 선상에 섰다. 우성리(吳勝利) 중국 해군사령관이 “준비를 마쳤습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치자 후 주석이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30년간의 개혁개방으로 지난해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이 ‘해군 창설 60주년’을 맞아 대양강국을 꿈꾸며 연 건국 이래 최대 해상 관함식은 이렇게 시작됐다.
관함식은 중국 해군에 대한 ‘분열식’과 외국 군함에 대한 ‘열병식’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20분간 중국 군함에 대한 분열식이 끝난 후 스자좡함은 서서히 인근 해역으로 움직여 한국 등 14개국 21척의 군함 사이를 돌며 30여 분간 ‘열병식’을 가졌다. 이번 행사에는 아시아 최대 수송함인 한국의 독도함(1만2000t급)과 최신예 구축함인 강감찬함(4500t급) 등 각국 군함이 참가해 ‘함정 올림픽’을 방불케 했다.
후 주석은 해상 열병식에 앞서 오전 정옥근 한국 해군참모총장과 게리 러프헤드 미국 해군 작전사령관 등 29개국 해군 대표단을 접견했다. 후 주석은 “중국이 앞으로 얼마나 발전하느냐에 관계없이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군사력 확장 혹은 군비경쟁을 하거나 어느 국가에도 군사적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후 주석은 “허셰(和諧·화해)해양을 주제로 한 이번 해군 활동은 각국 해군과의 교류에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중국 해군력이 미국 영국 일본 등 해양 강대국과 어깨를 견주려면 앞으로 최소한 10년 내지 20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 계획을 밝히는 등 대양강국을 지향하고 있어 주변국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러프헤드 미 해군 작전사령관은 “중국이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는 의도가 불분명하다면 역내 일부 국가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딩이핑(丁一平) 중국 해군 부사령관은 “중국 해군은 전 세계와 지역, 해상 평화를 유지하는 데 계속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잉주(馬英九) 대만 총통은 22일자 대만 일간지 중국시보와의 인터뷰에서 “만일 중국인이 다시 내전에 말려들면 인류에 엄청난 비극이 될 것”이라며 중국의 군사력 강화에 우려를 나타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