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명문대 의대생, 여성들 강도 살인 ‘충격’

  • 입력 2009년 4월 22일 17시 32분


신인모델 줄리사 브리스먼 씨를 총기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보스턴대 의과대학원 학생인 필립 마코프 씨(23).(왼쪽)/범행 후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호텔의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오른쪽). 뉴욕타임스 캡쳐.
신인모델 줄리사 브리스먼 씨를 총기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보스턴대 의과대학원 학생인 필립 마코프 씨(23).(왼쪽)/범행 후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호텔의 폐쇄회로(CC) TV에 찍혔다(오른쪽). 뉴욕타임스 캡쳐.
미국의 명문대 의대생이 여성들을 납치해 폭행 살해하거나 강도짓을 저지른 혐의로 체포돼 미국 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21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ABC뉴스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보스턴대 의과대학원 학생인 필립 마코프 씨(23)는 14일 마사지사이자 신인 모델인 줄리사 브리스먼 씨(26)을 총기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마코프 씨는 이에 앞서 10일에 또 다른 여성을 납치해 폭행하고 돈을 빼앗은 혐의를 받고 있다.

금발에 잘생긴 외모를 지닌 마코프 씨는 올 여름 아름다운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는 2007년 명문 뉴욕주립대(SUNY)를 생물학 전공으로 우등 졸업하고 '뉴 아이비리그'로 불리는 보스턴대 의과대학원에 진학한 전도유망한 엘리트였다.

문제는 그가 심각한 도박 중독에 빠져 있었던 것. 마코프 씨의 친구들은 그가 근면하고 공부도 잘 했으나 도박을 즐기고 술집을 자주 찾았다고 전했다. 그는 자주 밤늦게까지 포커를 쳤다고 한다.

마코프 씨는 도박 빚에 시달리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4일 보스턴의 한 호텔에서 피해자 브리스먼 씨를 유인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델이자 영화 배우였던 브리스먼 씨는 온라인 물물교환 사이트인 크레이그리스트(craigslist)에 에로틱한 마사지 광고를 냈던 것으로 전해졌다. 마코프 씨도 평소 이 사이트에 '교제 광고'를 올려 피해자들을 유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크레이그리스트 살인사건'으로 부르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결국 마코프 씨는 범행 후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호텔의 폐쇄회로(CC) TV에 찍혀 수사대상에 올랐다.

마코프 씨는 브리스먼 씨를 살해한 지 이틀 뒤에도 호텔 카지노를 찾아 5300달러를 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체포될 당시에도 현금 1000달러를 들고 약혼자와 함께 코네티컷에 있는 카지노를 방문하는 길이었다.

수사당국은 마코프 씨를 체포한 뒤 그의 아파트에서 유력한 증거인 반자동 권총과 총알, 피해자를 묶을 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테이프와 노끈 등을 발견했다.

21일 보스턴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대니얼 콘리 검사는 "마코프 씨는 기꺼이 여성들을 이용하고 때리고 해칠 수 있는 사람"이라며 "자신이 일반인보다 훨씬 똑똑해 범죄를 저지르고도 충분히 빠져 나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코프 씨는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 혐의를 부인했다. 그의 변호사는 "도박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명백히 범행을 입증할 증거가 없는데 무고한 사람을 붙잡았다"고 주장했다. 마코프 씨는 이날 수감됐다.

마코프 씨의 약혼녀는 "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며 충격에 빠져있다. 두 사람은 올해 8월 14일 한 해변에서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다.

변호사인 마코프 씨의 할아버지도 "내 손자가 한 짓이 아니다. 우리 아이는 훌륭한 사람이고 우리는 자부심을 느끼고 살았다"고 마코프 씨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마고프 씨의 아파트 이웃 주민도 "그는 똑똑하고 잘생긴 이웃"이라며 믿을 수 없어 했다.

당국은 이 외에도 더 많은 희생자가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대학 당국은 마코프 씨의 체포 직후 정학 처분을 내렸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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