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에 손얹는 등 화기애애 오바마, 중남미 지원 약속 美 국무부 “대사 파견 추진” 차베스 “외교복원 검토” 화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대륙 남쪽의 이웃 나라들에 화해와 협력의 악수를 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17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개막된 제5차 미주기구(OAS)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34개 중남미 국가의 효과적인 협력을 위해 회원국 지도자의 의견을 경청할 것이며 앞으로 배울 것이 많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북 아메리카 8억 인구가 직면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지역 내 국가 간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덧붙였다. ▽오바마, 차베스와 화해하다=이번 회의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오바마 대통령이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나눈 화해의 악수였다. 차베스 대통령은 중남미 반미운동의 기수로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악마’라고 비판했던 인물. 35개국 정상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스페인어로, 차베스 대통령은 영어로 각각 인사를 건넸으며 악수를 한 뒤 서로의 어깨에 손을 얹는 등 화기애애한 모습을 연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과 비교할 때 오바마 대통령은 지적인(intelligent)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차베스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책을 건네는 깜짝 이벤트를 가졌다. 차베스가 건넨 책은 대표적인 식민지배 비판서로 꼽히는 ‘라틴아메리카의 노출된 혈관들’. 우루과이의 좌익 언론인 겸 작가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씨의 저서로 15세기부터 시작된 남미대륙에 대한 식민지배와 제국주의적 착취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스페인어로 된 이 책을 오바마 대통령이 읽을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달 오바마 대통령을 가리켜 “무지하다(ignorant)”고 혹평하면서 “남미의 현실을 깨닫기 위해 그는 책을 더 많이 읽어야 한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다니엘 오르테가 니카라과 대통령과도 악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르테가 대통령이 1961년 미국의 쿠바 침공작전을 언급한 데 대해 “내가 생후 3개월일 때 일어난 일에 대해 오르테가 대통령이 나를 책망하지 않아 고맙다”고 말해 폭소와 박수를 자아내기도 했다. ▽중남미 국가에 대한 지원 약속=오바마 대통령은 18일 “새로운 평등관계에서는 강자도 약자도 없다”며 “미국은 과거의 실수와 그 실수가 발생된 곳을 인정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남미 지역의 경제회복을 위한 1억 달러 규모의 성장펀드를 제공하는 한편 카리브 해의 안보 증진을 위한 협력 강화 및 석유대체에너지 개발 지원 등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중남미 국가들 자체의 문제를 포함해 모든 책임을 미국에 돌리려는 유혹을 이제는 떨쳐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쿠바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반세기 동안 계속된 쿠바와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새로운 시작’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라울 카스트로 쿠바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미국과의 국교 단절 이후 1962년 미국의 압력으로 OAS에서 축출됐으며 이번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한 쿠바의 OAS 재가입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한편 미국은 베네수엘라에 다시 대사를 파견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할 것이라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차베스 대통령도 “조심스럽게 외교관계 복원을 검토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준비작업을 위한 접촉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베네수엘라는 동맹국인 볼리비아가 지난해 9월 반정부 시위 지원 및 첩보활동을 이유로 미국 대사를 추방하자 이에 연대하는 차원에서 미국 대사를 추방했으며 이후 양국 간 외교관계도 단절된 상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