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중남미 순방 ‘러브콜’… ‘스마트 외교’ 가속도 낸다

  • 입력 2009년 4월 17일 02시 56분


오늘 미주정상회의 참석… 관계복원 나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남미 국가와의 관계 복원을 위한 남방외교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6일 멕시코를 방문한 뒤 17∼19일 트리니다드토바고에서 열리는 미주정상회의에 참석해 34개국 중남미 정상과 만난다. 캐나다와 유럽, 터키 및 이라크 방문에 이은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시절 등한시했던 중남미 국가에 대한 ‘러브콜’ 성격이 짙다.

전문가들은 △이란 북한 등 적성국에 대한 대화 강조 △이슬람 세계에 대한 화해 메시지 전달 △러시아와의 ‘리셋(관계재정립)’ 외교선언에 이은 오바마 식 스마트외교의 마지막 퍼즐 맞추기라고 평가한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무역제재를 완화하는 조치를 발표하는 등 분위기 조성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 CNN과의 회견에서 “시대는 변했고 이제 미국과 중남미 국가들은 대등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이번 방문기간에 중남미 정상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것”이라며 “상호존중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이 향후 미국과 중남미의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집권연장을 위해 헌법개정을 한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에콰도르의 지도자들에 대한 비판도 자제했다. 그는 “주권국가들이 각국의 정치적 관행을 어떤 식으로 운영해 나가는가에 대해 간섭하듯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자국의 헌법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에 대한 결정은 각국 국민들이 결정할 몫”이라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을 겨냥해 ‘악마’라고 말하는 등 강력한 미국 비판자를 자처하는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에 대해 “그는 베네수엘라 대통령이며 이번 방문기간에 만난 여러 정상들 중 한 명”이라고만 언급했다.

16일 멕시코 방문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마약과의 전쟁에 나선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양국 모두를 위협하고 있는 마약범죄 문제에 협력한다는 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멕시코로부터 미국으로의 마약유입 차단은 물론 미국산 무기의 멕시코 유출을 차단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는 뜻도 밝힐 예정이다. 이 밖에 미국의 이민법 개정 역시 주요 현안으로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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