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선장은 우리들의 영웅”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소말리아 해적서 탈출 선원들 희생정신 칭송…美해군 구출협상 실패

“리처드 필립스 선장이 우리 목숨을 구했다.”
소말리아 해적이 한때 장악했던 미국 국적 컨테이너선 머스크 앨라배마 호가 11일 저녁 케냐 몸바사 항에 도착한 직후 19명의 선원은 필립스 선장(53)을 ‘영웅’이라고 외쳤다. 자동소총 등으로 무장한 해적들과 용감하게 맞서 싸워 배를 탈환하는 데 성공한 선원들은 필립스 선장의 희생정신이 없었다면 무사히 돌아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8일 해적들에게 인질로 붙잡힌 필립스 선장은 구명정에 태워져 4명의 해적과 함께 소말리아 해안과 가까운 해역에서 표류 중이며 미국은 전함들을 증강 배치하고 인질 석방 협상을 벌이고 있다.
선원들에 따르면 해적들은 8일 오전 7시경 갈고리와 밧줄을 이용해 앨라배마호 뒤편으로 기어오른 뒤 위협사격을 했다. 필립스 선장은 선원들에게 선실로 가서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으며 자신은 해적들에게 항복했다. 선원 레자 씨는 해적 1명을 엔진실로 유인해 송곳으로 손을 찌른 뒤 포박했다고 한다. 선원들은 선장을 인질로 삼아 구명정으로 탈출하려는 해적들과 포로 교환을 시도했으나 실패해 자신들이 붙잡았던 해적만 내주고 말았다. 선원 퀸 씨는 “우리들은 필립스 선장에게 목숨을 빚졌다”면서 “모든 선원이 선장을 그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앨라배마호가 속한 선박회사 최고경영자(CEO) 존 레인하트 씨도 “선장의 부인은 남편이 무사히 돌아오는 게 최우선이라고 요청했다”면서 “이는 어떠한 실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고 신중한 접근을 당부했다.
미군과 연방수사국(FBI)은 필립스 선장 찾기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 국방부도 “현재 석방 협상에 주력하고 있으며 선장의 안전 확보와 평화적인 귀환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속적으로 보고를 받으며 이번 사태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가 12일 석방 협상 결렬을 보도하고 해적이 미 함정에 총격을 가하는 등 사태가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200만 달러의 몸값을 요구해온 해적 측이 태도를 바꿔 몸값을 요구하지 않고 풀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미국이 납치에 가담한 해적들은 관할 당국에 신병이 넘겨져야 한다고 주장해 결렬됐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이에 앞서 CNN은 필립스 선장이 10일 새벽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선장이 바다로 뛰어들어 멀리 떨어지지 않은 미 해군 구축함 베인브리지를 향해 헤엄쳤으나 소총을 발사하며 쫓아온 해적들에게 다시 붙잡혔다. 같은 날 프랑스 해군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억류된 프랑스인 인질들을 구출하기 위해 요트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프랑스인 1명이 숨졌다.
11일에는 해적들이 구명정을 향해 다가오는 소형 미군 함정에 소총 사격을 했다. 그러나 미 해군은 응사하지 않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해적은 AFP통신과의 통화에서 “선장이 곧 다른 배로 옮겨질 것”이라며 “미군이 프랑스처럼 특공대를 이용해 선장 구출에 나선다면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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