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비극 노리스홀 철거 대신 새단장해 재개장

  • 입력 2009년 4월 13일 02시 57분


2년 전 현장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2주년을 맞아 재개관하는 노리스홀. 사진은 사건 직후 전경이다. 블랙스버그=AFP 연합뉴스
2년 전 현장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 2주년을 맞아 재개관하는 노리스홀. 사진은 사건 직후 전경이다. 블랙스버그=AFP 연합뉴스
16일 2주년 촛불추도회

2007년 4월 16일 오전 한국 출신 미국 영주권자 조승희는 버지니아공대 내 3층 건물인 노리스홀 문을 안에서 걸어 잠근 뒤 9분간 총기로 174발을 난사했다. 수업 중이던 교수와 학생 30명이 숨졌다. 이에 앞서 여학생 기숙사에서 사살당한 2명을 포함해 총 32명의 무고한 인명을 앗아간 미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도 2년이 흘렀다.

그 비극의 현장인 노리스홀이 17일 재개관한다. 철거하거나 추모관으로 만들자는 여론이 높았지만 대학 측은 숙고 끝에 전과 마찬가지로 공학관으로 쓰기로 했다. 80만 달러를 들인 리노베이션을 통해 타일 바닥과 콘크리트 벽을 나무 바닥과 불투명유리벽으로 바꿨다. 강의실은 만들지 않고 자습공간, 화상회의실, 실험실 등을 꾸몄다. 비극에의 함몰이 아닌 내일을 위한 전진을 위해 현대적 인테리어를 택했다고 학교 측은 밝혔다.

건물 재개관을 주도해온 이쉬와 퓨리 공대 교수는 “많은 사람이 건물에 다시 들어오는 걸 꺼렸다. 하지만 예전처럼 학생들이 잡담하고 교수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의 내면이 폭력에 굴복하지 않았음을 보여 줘야 한다고 설득했다”고 말했다.

이 건물에서 교수 아내를 잃은 뒤 평화·폭력예방연구센터를 설립한 제르지 노왁 교수는 공영라디오방송(NPR) 인터뷰에서 “노리스홀은 보이지 않는 추모관으로서 상처를 치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센터도 노리스홀에 입주한다. 2주년인 16일 밤엔 2000여 명의 학생이 철야 촛불 추도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대학 지원자는 지난해는 6%, 올해는 2% 증가했다.

일부 대목은 미궁으로 남았지만 이 사건은 조승희의 정신질환에 의한 범죄로 판명됐다. 조승희를 가르친 영문과 루신다 로이 교수는 이달 초 출간한 ‘침묵할 권리가 없다’란 책에서 조승희가 정신이상 징후를 수차례 보였음에도 사전에 범행을 예방하지 못한 걸 참회했다. “2005년, 조승희는 일기에서 동료 학생들이 학살과 식인(食人)을 한다고 비난했다…연구실에 온 조승희는 소파에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상담을 받아보라고 권하자 눈이 증오로 가득 찼다. 나를 죽일 것 같아 도망치고 싶었다.”

미국 사회는 이달 초 뉴욕에서 베트남계 이민자가 총기를 난사해 14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무차별 총기 난사로 증오를 폭발시키는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조승희의 복장과 머리 모양을 따라 하고, 이 사건과 관련해 언론 인터뷰에 응한 사람들에게 협박 e메일을 보냈다가 체포된 네바다 출신 27세 남자에 대한 재판도 이달 말 열린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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