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사회 오바마 평가 갈등

  • 입력 2009년 4월 6일 22시 11분


TV와 라디오에서 정치평론가로 활동하는 제프 존슨 씨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의 의미가 토론 주제로 끊임없이 회자되기를 바라는 흑인 중 한 명이다. 주로 흑인들에게 인기 있는 TV 쇼와 사회비평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그는 "오바마 대통령을 '같은 고향 사람(homie)'이 아닌 미국 대통령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당신들은 미국 시민이 아닌 정치적 명사에 열광하는 팬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만나는 흑인들에게 자주 강조한다.

존슨 씨는 "우리가 투표를 던진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계속 축하만 해주기를 바라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탄생에 누구보다 열광했던 흑인 사회가 오바마 대통령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잘 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그룹과 이제는 선거 때 흥분을 가라앉히고 보다 비판적으로 대통령을 검증해야 한다는 그룹으로 흑인사회가 양분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은 주로 흑인사회의 여론 주도층인 교수와 정치평론가, 저자 등을 중심으로 인종차별 관행이나 높은 실업률 등의 고질적 문제가 여전한 현실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따지려는 움직임이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흑인들의 지지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지난달 퀴니피액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흑인의 91%가 오바마 대통령을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인기가 높은 오바마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가는 흑인사회에서 신뢰를 잃어버릴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흑인 TV 및 라디오 아침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테비스 스마일리 씨는 지난해 민주당 경선 당시 오바마 대통령이 연례 흑인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비난했다가 '배신자', '오바마 혐오자', '백인에게 아첨하는 사람' 등의 비난 세례를 받고 물러나야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패트라샤 윌슨-스미스 씨는 "흑인인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다고 해서 흑인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순 없다"며 "미국이 전쟁과 경제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 시기에 흑인 지위에 구체적인 진전이 없다는 이유로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어리석인 일"이라고 대통령을 거들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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