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다음은 멕시코 마약”…오바마 소탕대책 발표

  • 입력 2009년 3월 25일 02시 57분


멕시코 국경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의 미국 애리조나 주 투산. 인구 50만의 소도시인 이곳에서 지난해만 총기난사 납치 감금 등 200여 건의 멕시코 마약조직 관련 범죄가 발생했다. 특별수사팀의 데이비드 아수엘로 경사는 “붕괴 직전의 댐을 손가락으로 틀어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년간 7000여 명이 목숨을 잃을 정도로 심각한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폭력범죄가 국경을 넘어 북상하고 있다. 애리조나 앨라배마 조지아 등 미국 남부는 물론이고 캐나다 밴쿠버까지 확산되는 상황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3일 전했다. 멕시코 마약의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에서 국경 경비가 강화된 이후 공급 루트가 막히고 가격이 오르자 미국 내 마약거래상들 간의 목숨을 건 혈투가 시작된 것.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현재 멕시코 마약 카르텔이 존재하는 미국 내 도시는 230개. 3년 전 100개에서 2배 이상으로 늘었다.

2007년 펠리페 칼데론 멕시코 대통령이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마약 관련 범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멕시코 마약조직들이 지난해 벌어들인 수익만 150억 달러(약 21조 원). 대표적 마약업자 호아킨 구스만은 재산이 10억 달러로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 추산 세계 부호 701위에 올라 있을 정도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4일 멕시코 마약조직 관련 범죄에 대해 연방요원을 국경지대에 증원 배치하는 등의 소탕대책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멕시코 마약과의 전쟁’이 아프가니스탄전쟁 다음가는 미국 국가안보의 우선순위라고 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은 총기류와 마약 거래 자금을 추적하는 한편 무인정찰기와 지하터널 탐지 기술 등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쟁에서 활용한 전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도 잇달아 멕시코를 방문해 마약 밀매 및 조직범죄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