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무허가 노인시설 불 10명사망 충격

  • 입력 2009년 3월 23일 02시 56분


가족들은 나몰라라… 열악한 환경 드러나

19일 밤 일본 군마(群馬) 현의 무허가 노인요양시설에서 일어난 화재가 가난한 노인들이 법의 사각지대에서 표류하는 현실을 드러내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화재는 오후 11시경 군마 현 시부카와(澁川) 시에 있는 노인요양시설 ‘다마유라’에서 일어나 목조건물 3채를 태웠다. 22일 현재 이 불로 입소자 16명 중 1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화재 조사 과정에서 어두운 현실이 하나씩 드러났다. 문제의 요양시설은 문을 연 지 13년이나 됐지만 무허가였고 방화설비는 소화기뿐이었다. 입소자 대부분은 본래 도쿄(東京) 스미타(墨田) 구의 고령 생활보호대상자로 구청 측이 수용시설이 없어 이곳에 맡기고 시설 이용료 월 7만∼9만 엔을 지불해왔다는 점도 드러났다.

화재를 피한 입소자 중에는 “세 끼 밥을 주고 잠을 자게 해줄 뿐, ‘고려장’ 당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대적인 화재보도 뒤에도 자발적으로 연락해온 가족은 거의 없었다. 구청 측이 연고자에게 연락을 하자 “인연을 끊었는데 왜 전화하느냐”며 화를 낸 가족도 있었다고 아사히신문이 22일 전했다. 시설 측은 입소자가 사망해도 가족이 찾지 않아 자신들이 장례를 치르는 사례가 연 10여 회에 이른다고 밝혔다.

핫토리 마리코(服部万里子) 릿쿄(立敎)대 교수는 22일 마이니치신문 기고에서 “무허가 시설의 열악성은 당국도 이미 파악하고 있지만 싼 시설을 원하는 입소자들이 있어 손을 못 대는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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