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희 씨, 다구치 가족 면담 앞두고 어제 날짜 日신문에 편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3월 6일 02시 59분



“우여곡절 끝에 곧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벅차

다구치, 자식 보고싶어 흘린 눈물 얼마나 많았을까”


대한항공기 폭파사건의 범인 김현희 씨(47·사진)가 최근 산케이신문에 편지를 보내 다구치 야에코 씨 가족과의 면담을 앞둔 심경을 밝혔다. 5일자에 소개된 편지는 5장 분량이다. 다음은 편지 요약.

지금까지 노무현 정권하에서 긴 피난생활을 해왔다. 한일 양국 정부의 주선으로 다구치 씨 가족과의 만남이 다가오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실현을 앞둔 이 만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벅차다.

이 만남은 개인적 기쁨을 넘어 양국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공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 이번 면담은 북한 탓에 헤어진 양국의 이산가족에게 가족은 국가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가르쳐주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북한 하늘 밑 어딘가에서 고통받고 있을 다구치 씨는 이 소식을 모를 것이다. 한 살배기 아들을 두고 북한에 납치된 그녀는 성인이 된 아들의 모습을 상상 속에서만 그렸을 거다. 헤어진 자식을 만나고 싶어 30년간 흘린 눈물은 얼마나 많았을까. 그 아들이 성장해 자신의 구출운동을 하고 있고, 엄마 이야기를 들으려 나를 만난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녀는 커다란 눈에 눈물을 흘릴 거다. 그리고는 아들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살아갈 거다.

나도 북한에 그리운 부모나 형제가 있지만 생사조차 모른다. 이대로 가족과 생이별할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기엔 세상이 너무도 한스럽고 가혹하다. 다구치 씨의 아들이 그렇듯 나도 어머니를 만나고 싶다.

현재 한국과 일본에는 북한에 의한 납치 피해자 가족이 있다. 일본 정부의 노력에도 2002년 9월 이후 납치피해자 송환은 저조하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가 북한 당국의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 ‘드디어 다구치 야에코가 가족을 만나게 됐다’는 1면 기사가 보도되기를 기원한다.

2009년 3월 초순 김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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