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모스크비치]불황속 ‘여성의 날’ 반짝 특수

  • 입력 2009년 3월 5일 02시 58분


모스크바국립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과 교직원들이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선물을 받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모스크바국립대
모스크바국립대에 재학 중인 여학생과 교직원들이 지난해 3월 8일 여성의 날을 맞아 학교에서 선물을 받고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제공 모스크바국립대
댄스연습장-꽃 선물가게 대목… 파티 의상 구입도 늘어

3일 오전 모스크바의 한 댄스 연습장에 중년 여성 10여 명이 몰려왔다.

댄스 강사 나탈리야 무드레바 씨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열리는 무도회에 나가기 위해 기본 춤 동작을 배우러 온 여성들”이라고 말했다. 시간당 강습료는 2000루블(약 8만 원). 경제 불황으로 수강생 발길이 끊겼던 연습장은 요즘 대목을 맞고 있다.

같은 날 모스크바 중심 ‘1905년 거리’ 선물가게도 여성용 선물을 고르는 인파로 북적였다. 이 거리 꽃가게 주인들도 “8일 꽃을 배달해달라는 주문이 쇄도해 점심시간에도 밖에 나가지 못하고 꽃을 다듬고 있다”며 웃었다.

올해 러시아 정부는 여성의 날이 일요일과 겹치기 때문에 월요일인 9일을 휴무일로 정했다. 일부 러시아 회사들은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6일 직장 여성들에게 줄 선물과 함께 저녁 파티를 준비하고 있다. 외국인 회사에 다니는 올가 발렌티나 씨(34·여)는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날의 파티’를 위해 의상을 따로 구입하는 직장 동료 여성들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 여성의 날은 역사의 획을 그은 날이다. 1917년 3월 8일(제정러시아 옛날 달력으로는 2월 23일) 러시아 수도 페트로그라드(지금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에서 직물 공장에서 일하던 여성들의 시위로 2월혁명이 일어났다. 제정러시아 마지막 황제인 니콜라이 2세도 결국 이 혁명으로 폐위됐다.

하지만 러시아 신세대 여성들은 역사에는 관심이 없다. 한 잡지사 기자는 “자본주의 시대에 자란 신세대 여성에게 여성의 날은 ‘남성들이 선물을 주는 날’로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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