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소 총리 ‘횡설수설 G7회견’ 日 재무 사직서 수리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18일 02시 58분



정권 치명타 우려 속전속결 처리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만취한 듯 횡설수설해 국제 망신을 샀던 나카가와 쇼이치(中川昭一) 일본 재무상 겸 금융상이 17일 물러났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는 이날 나카가와 재무상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그의 퇴진은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아소 총리는 전날 나카가와 재무상에게 “건강에 더욱 신경쓰라”며 재신임 의사를 밝혔지만, 하루도 못 버틴 것. 이날 오전만 해도 나카가와 재무상은 “국민에게 염려를 끼쳐 죄송하다. 예산안과 관련 법안이 중의원을 통과하는 대로 사표를 내겠다”며 사의를 밝히는 데 그쳤지만 한나절 만에 직을 잃었다.

그만큼 나카가와 재무상의 국제 망신 사건의 파장이 컸다는 증거다. 그는 감기약을 과다 복용한 탓이라고 해명했지만 국내외 언론은 폭음 쪽에 더 비중을 뒀다.

민주당 등 야당은 그의 사의 표명 이후 “물러날 사람과 예산안 심의를 할 수 없다”며 참의원에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고 즉각 사퇴를 요구했다. 야당은 임명권자인 아소 총리에 대한 책임론까지 제기하는 등 총공세에 나설 참이었다.

경기대책을 진두지휘해야 할 주무 장관이 경제회복 관련 국제회의에서 추태를 부렸다는 점에서 여론도 싸늘했다.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율 환산으로 34년 만에 최악인 마이너스 12.7%를 기록했다는 충격적 소식과 함께 상승 작용을 했다.

지지율 추락에다 당내 분란으로 고전하는 아소 정권으로선 나카가와 재무상을 감싸다 자칫 정권 자체가 치명타를 입을 상황까지 내몰린 것이다.

아소 총리는 당분간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경제재정상에게 재무상과 금융상을 겸임토록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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