꿋꿋한 힐… 이라크 대사 내정

  • 입력 2009년 2월 9일 03시 14분


‘클린턴의 외교교사’ 홀브룩 특사 입김 덕

前 중부사령관 “통보 받고 막판에 빼앗겨”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최근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이라크 대사 내정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지난해 핵 신고를 둘러싼 북한과의 협상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공직 생명이 끝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뒤엎어 버린 것.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공관 직원이 1000명이 넘는 이라크 대사 자리는 국무부 내 요직 중 하나”라며 “2003년 이라크를 점령한 미국의 위상을 고려한다면 총독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화당 정권에서 북핵 문제를 담당했던 힐 차관보가 민주당 정권에서 자신의 전공 분야도 아닌 이라크 대사로 중용된 데는 자신의 ‘멘터’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홀브룩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담당 특사의 입김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힐 차관보는 1990년대 중반 보스니아 전쟁을 종식시킨 데이턴 평화협정 타결 당시 홀브룩 특사의 오른팔로 활약했다. 홀브룩 특사는 힐 차관보를 가리켜 “영특하고 두려움을 모르며 논쟁을 즐기는 타고난 협상가”라고 평가했다.

홀브룩 특사는 오랫동안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외교안보 가정교사로 활약했고 클린턴 장관이 대권을 잡을 경우 국무장관으로 지목됐을 만큼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결국 클린턴-홀브룩 라인이 꺼져가는 힐 차관보의 공직 생명을 화려하게 부활시킨 셈.

한편 앤서니 지니 전 미국 중부사령관이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에게서 주이라크 대사 내정 통보까지 받고도 막판에 인선 내용이 취소되면서 힐 차관보에게 자리를 빼앗겼다고 주장했다고 뉴욕타임스가 6일 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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