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세기만의 최악 ‘겨울 가뭄’

  • 입력 2009년 2월 2일 02시 58분


밀경작지 30% 피해… 국제 밀가격 폭등 우려

최근 중국에 반세기 만에 가장 극심한 ‘겨울 가뭄’이 들면서 중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1월 이후 황허(黃河) 강 일대를 중심으로 한 밀 재배 지역에 비가 오지 않기 시작하더니 무려 넉 달째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주간지 랴오왕(瞭望)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현재 겨울 한해(旱害)를 비교적 크게 입은 밀 재배 지역은 허베이(河北), 산시(山西), 안후이(安徽), 허난(河南), 산둥(山東), 산시(陝西), 간쑤(甘肅) 성 등 7개성(省)으로 총 피해면적은 1억400만 무(畝·1무는 약 667m²)에 이른다.

이는 중국의 연간 밀 경작지 3억5600만 무(2007년 기준)의 29.2%에 이르는 면적. 특히 피해경작지 중 23.3%인 2428만 무는 밀 이삭이 말라죽는 등 수확량의 대폭 감소가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겨울 가뭄으로 196만 명이 식수난을 겪고 있으며 67만 마리의 가축이 먹을 물조차 부족한 상태라고 랴오왕은 전했다.

겨울 가뭄은 도시 지역도 마찬가지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근까지 베이징(北京)의 강수량은 단 0.1mm. 이는 195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로 평년 강수량의 0.9% 수준이다. 중국 기상국은 베이징에서 90일 넘게 비가 오지 않은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겨울 가뭄이 계속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벵골 만에서 불어오던 습한 공기가 올해엔 중국 대륙으로 유입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겨울철 서북쪽에서 불어오는 대륙의 차갑고 건조한 바람이 예년보다 크게 맹위를 떨치면서 습한 동남쪽 바람이 황허 지역까지 오지 못한 것도 한 원인이다.

중국 국가홍수가뭄방지 총지휘부는 현재 겨울 가뭄 3급 경계령을 내리고 한해 방지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가뭄 경계령은 1∼4급까지로 1급이 가장 심각한 상태다. 중국 정부가 현재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올해 밀 수확량이다. 중국의 밀 중점 재배 지역인 이곳에서 가뭄이 계속될 경우 대폭적인 밀 수확 감소로 중국 국내는 물론 세계 전체의 밀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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