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자동차 빅3 위기… 韓-中의 손익계산서

  • 입력 2009년 1월 30일 03시 00분


“中, 정부까지 지원 최대 수혜

韓, 경쟁력 악화 타격 가능성”

중국, 글로벌위기 틈타

美 유럽 업체 인수나서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세계 자동차 산업을 주도했던 미국 ‘빅3’가 흔들리면서 그 틈새를 노린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 ‘빅3’의 위기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하고 있지만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포드자동차가 이르면 이번 주 중 자회사인 볼보자동차 인수 의사 기업들에 관심을 표명해 줄 것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2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볼보 인수에 뛰어들 후보 기업으로 상하이자동차, 지리자동차, 창안자동차 등 중국계 회사들을 꼽았다.

이번 경제위기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타격을 덜 받아 ‘실탄’이 풍부한 중국 정부의 지원도 이들 기업엔 든든한 배경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토종 자동차 업체인 치루이자동차에 최근 해외 마케팅 지원 명목으로 100억 위안(약 2조 원)을 지원했다. 자금 지원 조인식에서 중국 수출입은행장은 공개적으로 “치루이차의 ‘빅3’ 인수를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가 자금 지원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중국 자동차 회사의 미국, 유럽 등의 선진 자동차 기업 ‘사냥’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쌍용자동차의 경영을 포기한 상하이차에 대해 국내에선 ‘기술 먹튀’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지만 좀 더 경쟁력 있는 미국, 유럽 회사를 인수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상하이차의 한국 철수를 단순히 기술 유출로만 보는 것은 순진한 발상”이라며 “중국 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의 자동차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하면 한국 자동차 산업에는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으로선 이번 글로벌 경제위기가 선진기술, 판매망, 판매시장 등을 ‘저렴한’ 비용으로 한꺼번에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단기간에 중국이 한국 자동차 기술을 추월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지만 상당수는 중국 기업의 미국 자동차 기업 인수가 한국엔 재앙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김기찬(가톨릭대 경영대학원장) 자동차산업학회 회장은 “풍부한 자본과 엄청난 내수 시장을 가진 중국이 미국의 선진 기술과 시장을 동시에 확보하게 되면 2, 3년 후 세계 자동차 시장 판도는 중국 중심으로 크게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강성 노조가 버티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가 중국 기업에 인수되면서 노조의 영향력이 약화돼 경쟁력이 높아지면, 노사관계가 안정된 유럽과 일본은 물론 강성 노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자동차 회사들은 더 큰 위기에 직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